9월의 뮤지컬은 《맨 오브 라만차》(Man of La Mancha)였다. 2005년과 2007년 공연에 이어 레퍼토리로 자리잡은 《맨 오브 라만차》는 진지한 주제의식, 배우들의 앙상블, 안정적인 완성도로 이달에 가장 추천할 만한 뮤지컬로 선정됐다.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 교수, 조용신 공연칼럼니스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 등 뮤지컬 전문가 3명은 국내 초연인 《마이 페어 레이디》, 8월의 최고 뮤지컬이었던 《내 마음의 풍금》에도 많은 별점을 줬다.
《맨 오브 라만차》의 무대는 스페인의 지하 감옥. 신을 모독한 죄로 끌려온 작가 겸 배우 세르반테스는 자신에게 익숙한 형태의 변론, 즉흥극을 요청한다. 스스로 돈키호테라고 주장하는 노인이 창녀 알돈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극중극이다.
정성화가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를 오가며 무대를 장악했다는 평이다. 진지한 인물 구축, 균형 잡힌 연기, 인생이 전해지는 노래였다. 드라마가 응축된 〈이룰 수 없는 꿈〉 〈맨 오브 라만차〉 〈둘시네아〉 등 정성화가 부르는 노래들은 개그맨이었던 그의 과거와 오버랩되며 꿈을 향해 돌진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더 단단하게 뭉쳐줬다. 《맨 오브 라만차》는 "웰메이드(well-made)라는 느낌을 주는 브랜드 공연" "윤공주의 알돈자, 이훈진의 산초 연기가 극을 떠받쳤다" 같은 평도 받았지만 "배우들의 애드리브가 늘어나면서 극이 가벼워졌다"는 흠결도 드러났다.
번역과 개사(改詞)가 좋은 《마이 페어 레이디》 국내 초연도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이달의 추천작 리스트에서는 특히 《사춘기》가 눈길을 끌었다. 빈 무대를 신체 움직임, 안무, 영상으로 채웠다. 프랑크 베데킨트의 원작을 한국화하면서 실험적이고 매력적인 무대언어를 보여줬다는 평이다.
9월 개막작 중에는 초연을 대폭 손질해 경희궁으로 들어가는 《대장금》, 영화 원작의 비극적 사랑 스토리 《파이란》, 한국 배우들로 초연되는 《캣츠》,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될 《명성황후》가 기대작으로 꼽혔다.
▶《맨 오브 라만차》는 23일까지 LG아트센터. 세르반테스 역은 정성화와 류정한이 나눠 맡는다.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