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히는(이육사 '청포도') 여름을 지나, 비로소 풍성한 수확의 시기다.
포도의 계절이 돌아왔다. 이번 주말 수도권에서는 시인과 피아니스트 등 20여 명이 포도밭에 모이는 시 낭송회, 포도 축제를 겸한 서커스 공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좋은 품질의 포도를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됐다.
◆포도밭에서 펼치는 '시의 향연'
아파트가 내려다보이는 남양주 진접읍의 천견산 자락. 산비탈 1만7000여㎡에 포도나무 900여 그루가 심어져 있고, 위쪽은 대낮에도 한기(寒氣)가 드는 잣나무 숲이다.
포도나무는 열매 반, 쭉정이 반이다. 가업을 이어 18년째 이곳을 일구고 있는 시인 류기봉(43)씨는 "제초제를 주면 풀들이 왕왕거리면서 데모를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농약·비료·제초제 안 쓰고 풀과 한약재 거름만 뿌려서 키우고 있다. 시인의 여린 마음을 먹고 자란 포도는 더 시고 더 달다.
올해로 11년째인 '남양주 포도밭 예술제'는 30일(토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6시까지 류기봉씨의 포도밭에서 열린다. 포도밭과 맞닿은 잣나무 숲에서 시인 조정권·이상교·이문재·박상순·김정산·고두현·김행숙·이덕규씨가 시를 낭송하고, 피아니스트 박소현씨와 포크싱어 김희진씨가 음악을 들려준다.
또 시인 정현종(전 연세대 교수)씨가 '시와 농사'를 주제로 문학 강연을 하고 사진작가 김완모씨가 '포도밭 사계(四季)' 50점을, 류기봉씨가 포도시화 15점을 선보인다.
오후 2시30분부터 초등·중학생을 대상으로 백일장이 열린다. 시인 김원경씨가 글짓기를, 화가 이헌구씨가 그림 그리기를 지도하는데, 입상하면 시인들이 친필 사인을 담아 시집을 준다.
예술제는 고(故) 김춘수 시인의 권유로 1998년 처음 시작됐다. 김춘수 시인이 아끼던 포도나무 한 그루가 아직 이곳에 있는데, 그가 마지막 병상에 있던 2004년 가을 활짝 열매를 맺고 이듬해부터 시름시름 말라버렸다고 한다.
떠들썩한 축제를 기대한다면 다른 곳을 찾는 게 낫다. 간이 화장실을 이용하고, 샘물로 목을 축여야 한다. 대신 류기봉씨가 직접 담근 포도주를 큰 항아리 3개에 담아내고 포도와 떡을 준비한다. 참가비는 어른 5000원, 학생 3000원. 블로그(blog. naver.com/poetpodo)에서 선착순 300명 신청을 받는다. 남양주시 진접읍 광동중학교 정문으로 들어가 학교 급식소 맞은편 산길이다. ☎016-346-2859
◆안성시의 '안성마춤포도축제'
경기도 안성시 신흥리에서는 '안성마춤포도축제'가 이미 열려 다음달 28일까지 계속된다. 이번 주말(8월 29일~9월 1일)에는 안성 출신 서커스단 '30인 작은거인 예술단'이 서커스 묘기, 각설이 공연, 난타 공연 등을 펼친다. 대형 천막 아래 '먹거리 주막'에서 잔치국수·부침개·도토리묵·막걸리 등을 판다.
안성마춤 축제에서는 좋은 품질의 포도를 도매가로 살 수 있다. 2㎏들이 거봉 한 상자가 7000원(상급)~1만3000원(최상급)이고, 청포도·캠벨 등은 7000원(최상급) 선이다. 신흥리 이장 고덕수씨는 "올해는 작황이 좋아 당도가 뛰어나고 맛도 좋다"며 "안성을 찾는 분들을 위해 품질이 가장 좋은 포도만 골랐다"고 말했다. ☎011-9965-1590
다음 주부터는 '삼색포도' '병포도'도 만날 수 있다. 파주시는 특산품 '천현 삼색포도'(적·청·흑)를 5㎏들이 한 상자 3만원에 다음 주부터 본격 판매하고(구입문의 파주 농업기술센터 ☎031-940-4911~12), 연천군은 포도를 병에 넣어 키운 뒤 소주를 채운 특산품 '연천 병포도'를 병당 2만5000원에 판매한다. (구입문의 연천 농업기술센터 ☎031-839-4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