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8·15 특별사면은 크게 '경제 살리기'와 '공무원 끌어안기' 등 두 가지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재벌회장을 포함한 경제계 인사들의 사면 폭을 크게 넓혔고, 전체 사면 대상자 34만1864명 중 공무원이 96%인 32만8335명에 달해 공무원들에게 '인심'을 쓴 것이다.
◆형 확정 후 2~3개월 지난 정몽구·최태원 회장 사면
정부는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집행유예와 함께 사회봉사명령 300시간이 확정된 지 겨우 두 달 지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부당내부거래와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로 역시 집행유예가 확정된 지 석 달 지난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사면했다.
형 확정 후 1년 이상 '자숙' 기간을 두고 사면하는 관례를 뛰어넘은 것이다.
아들에 대한 보복폭행 혐의를 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해서는 "경제 사범이 아니기 때문에 곤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따라서 정부 일각에서는 "시기상조"라며 이들 3명의 사면에 반대하는 의견들도 나왔지만 '경제 살리기'라는 대세에 밀렸다는 후문이다.
정부는 상당수 경제인들이 집행유예 등으로 이미 풀려났지만, 사면을 해줘야 각종 제약이 풀려 투자가 활발해지고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법무부 차동민 검찰국장은 "일부 경제인에 대한 사면을 두고 비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경제 살리기를 명분으로 한 사면이 법치주의에 어긋날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경제인들이 경제 살리기에 전념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들 3명의 회장과 공범이었던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 이주은 글로비스 고문, 이정대 현대차 재경본부장, 손길승 전 SK그룹 회장, 김창근 전 SK그룹 구조조정본부장, 윤석경 SK C&C 대표이사, 김철훈 한화그룹 전략기획팀장, 김충범 한화그룹 비서실장 등 이들 3개 그룹사의 주요 임원들도 한꺼번에 사면하는 등 대기업 임원급 이상이나 중소기업 대표 등 74명의 경제계 인사를 대거 사면했다.
◆공무원 32만8335명 징계 기록 모두 없애
정부는 또 전국적으로 32만8335명에 달하는 공무원의 징계 기록을 한꺼번에 삭제한다.
파면·해임 등 중징계를 받거나 뇌물을 수수해 죄질이 나쁜 일부 공무원을 제외하고는 예외없이 혜택을 받았다.
중앙행정기관에서 21만8643명, 지방자치단체에서 9만6604명이 사면됐다. 1만2748명의 군인과 국회·법원·선관위 등 헌법기관 공무원 340명도 포함됐다.
정부는 현 정권이 들어서기 전에 경미한 과실로 징계처분을 받은 공무원들을 사면해 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공무원을 사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속내가 최근 급속히 고조된 공무원들의 불만을 해소시키자는 차원이 아니냐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현 정권이 '작은 정부'를 지향하면서 공무원 감축을 시사하는 발언을 자주 한 데다 실제 고위직 자리를 축소했고, 또 정부청사 주차장에 '과도한 액수'의 주차료를 징수하면서 높아진 불만을 진화할 필요를 느꼈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지난 2003년 공무원 12만5164명을 사면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에 3배 가까이 많은 공무원에게 혜택을 준 것이다.
◆여당 "대통합을 위한 조치" 야당 "재벌 면죄부"
이번 사면에 대해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논평에서 "반목과 갈등을 치유하고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자 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고뇌에 찬 결단"이라고 했다. 윤 대변인은 "기업인 사면은 그분들로 하여금 세계로 뛰어나가 국가 경제를 살리는 일에 헌신해 국민들께 보답해 달라는 배려"라고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일부에선 "국민 법 감정과 사면 제도의 취지에 비춰봤을 때 과도한 느낌"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집행유예 중이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재벌 총수들이 포함된 이번 사면은 국민적 반감만 불러일으킬 뿐"이라며 "기득권층은 어떻게든 면죄부를 받는다는 국민 위화감만 조성할 것"이라고 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경제가 어렵다고 경제인을 대거 사면하면 결과적으로 사회통합이 저해된다"고 했고, 민노당 박승흡 대변인은 "재벌 편들기이자 재벌 경제 살리기용 사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