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마지막 날인 31일 여권(與圈)은 오랜만에 고무된 분위기였다. 미국 정부의 독도 표기 원상 회복 조치와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여권 성향의 공정택 후보 당선, 쇠고기 파동의 원인이었던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에 대한 법원의 정정 보도 판결 등 여권이 반길 만한 일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청와대한나라당 사람들은 "이제야 일이 좀 풀리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 5개월 간 인사·미국산 쇠고기·북한·독도 파문 등 대형 악재로 인해 국정 지지율이 10%대까지 추락했던 악몽을 털고 새 출발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통령 자신감 되찾은 모습"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한결 자신감을 되찾은 모습이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의 조치가 기대 이상이어서, 독도가 '제2의 쇠고기사태'로 번질 것이란 우려도 말끔히 사라졌다"고 했다.

청와대는 공 후보가 전교조가 지원하는 후보를 꺾고, PD수첩에 대해 정정보도 판결이 내려진 것은 쇠고기 사태 이후 좌파 진영에 빼앗긴 국정 주도권을 되찾아 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비서관은 "공 후보가 졌다면 MB의 교육정책은 시행도 하기 힘들고, 정국 주도권도 야당에 넘겨줬을 것"이라고 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독도문제가 우리에게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민생탐방 첫 일정으로 31일 서울 신촌의 한 음식점에서 대학생들과 등록금 경감을 주제로 타운 미팅을 갖고 있다. 박 대표 오른쪽은 나경원 의원.

◆여권 정국주도권 잡을까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제 반전의 기회를 잡은 것 같다. 8·15를 기점으로 새 출발을 할 것"이라고 했다.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 "국민의 의혹과 불신이 해소되면서, 대통령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8·15 기념사를 통해 공기업 선진화와 미래 성장 동력 등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동안 쇠고기사태 등으로 인해 추진이 미뤄졌던 각종 규제 및 공기업 개혁, 특목고 확대와 영어 공교육 강화, 수준별 교육 등 경제·교육정책도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면전환을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얘기도 나왔다. "일시적인 호재 몇 개로 이 대통령과 여권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달라졌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은 "독도문제는 미국이 도와준 것일 뿐인데, 무슨 국면전환이 되겠느냐. 결국 경제가 풀려야 한다"고 했다. 전여옥 의원은 "교육감 1.8%포인트 이긴 건 반성해야 한다"고 했고, 김용태 의원은 "공 후보는 강남이 구해준 것이고, 독도도 우리가 한 게 아니다. 착각하면 안 된다"고 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여권이 호들갑떨거나, 정국 전환용 카드로 쓰려 하면 국민들이 거부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급하게 실적을 보이려는 조급함 대신 장기적으로 성과와 변화를 보여줘야 국면전환이 가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