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검찰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한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의 광우병 위험 관련 보도의 대부분은 의도적으로 부풀려지고 왜곡됐다는 것이다. 보도의 어느 한 부분이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첫 화면인 다우너 소(주저앉는 소) 동영상과 둘째 화면인 아레사 빈슨 어머니 인터뷰는 물론 내용 전반에 걸쳐 왜곡 과장됐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촛불정국'을 촉발시킨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는 근거 없는 내용으로 국민들을 선동해 나라 전반에 엄청난 후유증을 안겨준 보도였음이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된 셈이다.

◆다우너 소 동영상 왜곡

지난 4월 29일 보도된 PD수첩 광우병 보도는 소가 비틀대며 주저앉는 충격적인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PD수첩 제작진은 쓰러지는 증상을 보이는 다우너 소들을 가리키며 '광우병에 걸린 소' 혹은 '광우병 의심 소'라고 거론하면서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수사 결과 이 화면은 미국 시민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가 동물 학대의 실태를 고발하고 식용으로 유통되는 문제점을 제기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PD수첩이 이를 의도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동영상의 전후를 살펴보면 누가 봐도 광우병 하고는 전혀 관련 없는 내용이 이어지고, 화면에 나오는 소가 젖소라는 사실이 분명히 언급되는데도 PD수첩은 광우병 소라고 지칭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MBC가 광우병 소 화면을 구하기가 어려우니까 무리하게 젖소 학대 화면을 가져다 사용했고, 더 나아가 동영상의 번역까지 엉터리로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다우너 소의 원인이 59가지가 있고, 휴메인소사이어티에서도 병원성 대장균, 살모넬라, 그리고'매우 드물게' 광우병에 감염돼 있을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도 PD수첩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 다우너 소들을 광우병 소로 일방적으로 각인시켰다고 발표했다.

PD수첩은 최근 해명 방송에서 "주저앉는 것은 광우병의 주된 증상 중의 하나"라는 휴메인소사이어티 관계자의 인터뷰를 방영해 보도 내용의 정당성을 강조한 바 있다.

검찰은 또 PD수첩 진행자가 다우너 소 동영상 후 "아까 광우병 걸린 소"라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도 PD수첩은 "진행자의 생방송 중 말실수였다"고 사과했지만, 의도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아레사 빈슨 모친 인터뷰 왜곡

검찰은 PD수첩이 지난 4월 9일 사망한 아레사 빈슨의 사인(死因)이 인간광우병일 수 있다고 의도적으로 왜곡 보도해 미국산 쇠고의 위험성을 극대화시킨 내용도 공개했다. 빈슨의 어머니 인터뷰 내용을 오역하고, 자막 처리도 잘못하는 등 사실을 왜곡했다는 것이다.

PD수첩은 아레사 빈슨이 위 절제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사망 원인을 vCJD(인간광우병)인 것으로 기정사실화시켰다고 결론내렸다.

당시 빈슨의 어머니가 MRI(자기공명영상) 결과에 관해 'CJD'라고 말했는데도 이를

'vCJD'로 잘못 자막처리하고, 뒤이어 "MRI 결과는 틀릴 수 없다"는 주치의 인터뷰를 방송해 vCJD 만 부각시켰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PD수첩은 미국 포츠머스 보건당국의 보도자료 중 '뇌질환 사망자 조사'를 'vCJD 사망자 조사'로 왜곡 방영했고, '부검을 통해서만 확진할 수 있다'는 부분은 생략한 채, 'vCJD는 쇠고기 소비와 관련 있다'는 부분만 부각 보도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결국 미 보건당국은 원인을 모르는 뇌질환 사망자에 대해선 광범위하게 부검을 하고 있지만 PD수첩은 아레사가 vCJD로 의심되었기에 부검을 실시한 것처럼 잘못 보도했다는 것이다.

PD수첩은 또 아레사 어머니가 인터뷰에서 'could possibly have…' 발언을 '걸렸을지도 모르는'이 아니라 '걸렸던'으로 오역해 아레사가 인간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단정 보도하는 등 번역 과정에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특정위험 물질 0.1g만 먹어도 100% 사망"도 허구

PD수첩이 "0.1g의 위험 물질만으로도 인간광우병에 감염되고 100% 사망한다"고 단정적으로 보도한 부분에 대해서도 검찰은 "전혀 근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광우병 연구를 해온 수의학자들의 진술을 종합해보면, 사람이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을 0.1g 섭취하더라도 사람과 소의 종간(種間) 장벽으로 인해 인간광우병(vCJD)에 감염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조사한 결과 0.1g만으로 감염되는 경우는 광우병 원인물질인 프리온을 소에 직접 주입하거나 먹게 했을 때 소가 광우병에 걸리는 경우일 뿐 사람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검찰은 인간광우병에 감염된다고 하더라도 증상 없이 잠복해 있을 확률이 발병할 확률보다 20~50배에 이른다는 영국의 데이비드 힐튼 교수팀의 연구 결과도 확보해서 이날 공개했다.

걸리면 100% 죽는다는 PD수첩의 보도는 결국 전혀 근거 없는 보도라는 것이다.

검찰은 "유전자형에 비추어 한국인의 인간광우병 발생 확률은 94%로서, 영국인의 3배, 미국인의 2배"라는 PD수첩 보도도 근거가 부족하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