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와 검찰이 23일 유관 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주요 신문사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광고중단 강요 행위를 엄단키로 한 것은 "일부 네티즌들의 행위가 정상적인 소비자 운동을 벗어난 것"으로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김경한(金慶漢) 법무부 장관이 특별단속을 지시한 지난 20일 이후, 검찰은 다음의 인터넷 토론방 '아고라' 등에 대해 광범위한 실태 조사와 법리 검토를 벌인 끝에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광고중단 압박행위'는 업무방해죄 등의 형사처벌은 물론 민사책임의 대상도 된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관계자는 "영세 자영업자들까지 협박당하고 있어 상황이 심각하다"고 밝혔다.
◆법무·검찰이 파악한 문제 게시물들
일부 네티즌들의 반발에도 검찰과 경찰은 고소·고발이나 수사의뢰가 들어오면 적극 수사에 나설 예정이다. 검찰이 특히 주목하고 있는 '아고라'는 광고주 압박에 대한 글이 집중적으로 게재되어 온 곳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22일까지 아고라에는 '오늘의 숙제'라는 이름으로 매일같이 조선·동아·중앙의 각 면(面) 별 광고주 리스트가 올라왔다. 거기에는 대기업뿐 아니라 한의원, 건강식품 회사, 출판사 등 웬만한 광고주의 이름이 포함됐다. 문제는 상호만 적은 것이 아니라 홈페이지 주소와 전화번호도 곁들여졌다는 점. 광고압박 전화를 유도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모 삼겹살 프랜차이즈의 경우는 대표전화번호, 본사와 공장 주소까지 게재됐다. 이 회사 상담원이 "(신문에 대한 선호는) 각자의 성향이니 어쩔 수 없다"고 대답해 '괘씸죄'에 걸린 것이다. 이 글을 올린 네티즌은 "(압박) 전화 좀 해 달라"고도 적었다.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18일부터는 '숙제에 대한 효과'라며 광고를 중단한 기업들의 명단도 게재되기 시작했다. "광고 철회한 기업은 홍보와 구매운동도 해 주자"는 글도 올라왔다.
동시에 말을 듣지 않는 광고주 '죽이기'도 병행됐는데 가장 정도가 심한 내용은 여행사를 대상으로 한 글이었다. 광고가 영업활동의 대부분인 여행사로서는 성수기를 앞두고 광고 중단을 거부할 수밖에 없다.
'여행사 미션하기'라는 글은 여행사를 골탕 먹이는 방법을 자세히 소개했다. "여행사에 전화 걸어 왜 광고 내느냐고 따질 필요 없다. 여행을 가는 것처럼 해서 5~10분 차근차근 설명을 들으라. 100명이 한다면 아주 장사 잘 될 것이다." "인터넷으로 예약했다 3일 전에 취소하면 된다"는 글도 있었다. 어떤 광고주를 먼저 압박할 것인지에 대한 '지침'도 있었다. "(쿠바의 혁명가인) 체 게바라는 정규군 중 가장 선두에 있는 군인만 원격 사살했다"며 "1면과 가장 뒷면에 광고 낸 회사부터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글이었다.
◆형사처벌과 함께 민사책임도
광고 중단을 거부하다 피해를 입은 광고주도 적지 않지만, 정확한 실태 파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검찰이 특별단속 방침을 밝혔지만 '후환'이 두려운 광고주들이 선뜻 고소·고발에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헌법에 보장된 소비자 권리와 의사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법무부는 "현행법상 처벌 가능하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우선 광고주측에 전화를 걸어 심한 욕을 하거나 인신공격을 할 경우, 형법상 모욕죄와 협박죄가 적용된다. 광고주 압박운동을 벌이는 세력들도 이를 의식한 듯 "공갈 등으로 걸리지 않게 과격한 언어를 사용 말라"는 '광고압박 요령'을 벌써부터 아고라에 올렸다.
하지만 "심한 언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반복적으로 전화를 걸어 광고주측의 정상적인 업무에 차질을 주도록 했다면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법무부의 결론이다.
형사처벌과 함께 민사 책임이 부과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광고주 압박사태와 흡사한 내용의 판례가 있기 때문이다.
1996년 시민단체들이 미국 가수 마이클 잭슨의 공연을 막기 위해 공연기획사가 아닌 제3자(은행)를 상대로 "판매대행계약을 파기하지 않으면 계좌를 옮기겠다"고 압박했다가, 법원 판결을 통해 4600만원을 공연기획사에게 배상했던 사건이 그것이다. 당시 시민단체는 입장권 판매대행계약을 체결했던 서울·국민은행을 상대로 "계약을 취소하지 않으면 전 국민적 차원에서 은행의 전 상품 불매운동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통지, 결국 은행들이 계약을 취소하도록 만들었다.
이에 공연을 기획한 태원예능이 "추가비용이 더 들었다"며 시민단체 대표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시민단체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법원은 "일반 시민을 상대로 공연관람을 막거나 협력업체에 공연협력을 하지 말도록 설득한 것은 공익적인 활동"이라고 하면서도 "은행측에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경제적 압박수단'을 고지(告知)하고 경제적 손실을 우려한 은행이 본의 아니게 계약을 파기했다면 이는 태원예능의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선을 그었다. "목적에 공익성이 있다 하더라도 그런 행위까지 정당화될 수 없다"고도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건의 법리적인 구조가 최근 '광고주 협박 행위'와 거의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