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시범 뉴타운 중 하나인 은평뉴타운이 다음달 1일 첫입주를 시작한다. 기존의 아파트단지와는 차원이 다른 쾌적한 친환경 웰빙도시를 표방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교통이나 치안 등 개선할 점도 많다. 입주를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은평뉴타운을 점검했다.
서울 은평뉴타운 1지구(34만9919㎡) 4514가구가 다음달 1일 입주를 시작한다. 지난 2004년 12월 착공한 지 3년6개월 만이다. 은평뉴타운은 1980년대 목동아파트 이후 서울시가 주관한 최대 규모의 도시개발사업인데다가, 중·대형 평형이 많은 강북 최고급 주거단지로 알려지며 관심을 끌고 있다.
◆리조트 같은 생태 전원도시 표방
은평뉴타운 1지구는 진관근린공원 북쪽에 자리하고 있으며, 6·7·8단지 등 3개 단지로 구성돼있다. 은평뉴타운은 '친환경적인 고품격 생태도시'를 표방해왔다. 서울시 산하 SH공사는 "북한산 자락의 수려한 경관을 배경으로 환경친화적 공간을 많이 마련했고, 담·턱·옹벽·간판·전신주 등이 없는 '5무(無)' 도시로 가꾸었다"고 말했다.
숨막힐 듯한 기존의 아파트 단지와는 달리 최고 층수를 15층으로 묶어 아늑한 느낌을 주는데다 단지 어느 곳에서도 북한산 자락이 시원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아파트 동(棟) 배열은 바람의 방향을 고려해, 여름철 북한산에서 창릉천 방향으로 부는 바람을 맞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북한산이 가까워 꿩 우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실잠자리가 날아다니기도 한다.
은평뉴타운에서 소위 '성냥갑 아파트'는 찾아 볼 수 없었다. 629동의 경우 사각형 모양의 아파트 가운데 정원을 배치했다. 정원에는 널찍한 나무 평상과 분수대를 들였다. 일부 단지의 경우 지하주차장은 지하에서 햇빛을 바로 받을 수 있도록 채광창을 따로 내기도 했다. 큰 길가는 1층에 상점을 들인 5~6층 높이의 주상복합형 건물들이 마주보도록 배치했다.
중심 교차로 3곳에는 아스팔트가 아닌 가로 세로 10㎝가량의 정사각형 돌들로 도로를 만들어 과속을 방지하고 보행자들의 안전을 배려했다. 학교는 진관초등학교와 진관중학교(올해 9월 개교 예정), 진관고등학교(내년 3월 개교 예정) 등 3곳이 들어온다.
◆치안부재 우려… 상가는 비어있어
쾌적한 설계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어야 할 문제들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치안이다. 당초 1지구 안에 경찰서 지구대 2곳을 들여 전담 경찰 인력을 확보하려 했지만, 부지만 확보했을 뿐 착공을 못해 당분간 '경비 아저씨'들에게 안전을 맡겨야 할 판이다. SH공사 이정덕 뉴타운 사업본부 계획설계팀장은 "경찰이 자체예산 확보가 어렵다며 지구대 공사를 못하고 있어 급한 대로 상가 2곳을 무상 임대해 치안센터를 들이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은평뉴타운은 단지 곳곳에 설치된 CCTV를 통해 치안에 대비하는 '유비쿼터스 방범안전시스템'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중앙운영센터가 들어설 진관동 복합청사는 내년 7월에나 완공될 예정이라서 당분간 이 시스템은 기대할 수 없다. 일부 복층 아파트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외부에서 침입해서 범죄를 저지른 뒤 쉽게 도망갈 수 있는 구조"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SH공사는 "입주민 카드를 가져야 현관 출입이 가능해 범죄인이 침입할 수 없는 구조"라고 했지만 주민들은 불안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은평뉴타운이 '랜드마크'로 표방한 도심 실개천은 아직 물길은커녕 바닥조차 다져지지 않았다. 당초 진관초등학교 옆 '못자리골'에 만들어진 인공 저수지에서 창릉천까지 1㎞ 구간에 물을 흘리고 곳곳에 수변 풍경과 보행자용 아치형 다리를 건설하기로 했다. 하지만 중장비들이 하천 바닥에서 다지기 공사를 하고 있어 먼지만 휘날리고 있다.
주요 대로변 상가들도 일부 부동산을 제외하면 대부분 텅 비어있다. 초·중학생을 둔 가정 대부분이 방학이 시작하는 7월 이후에나 이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188곳의 가게 중 150여곳이 거기에 맞춰 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초기 입주자들은 상당기간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주변 부동산 시장은 잠잠한 편이다. 709동 상가 '현대공인중개사'의 박진희 공인중개사는 "원주민 공급물량에서만 가능한 매매는 거의 거래가 없다"며 "전세도 가격이 그렇게 높지 않고 물량도 충분한데 정작 찾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