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사람에게도 전염이 가능한' 고(高)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곳은 수많은 시민들이 방문하는 도심 한복판의 구청이라는 점에서 AI 확산방지 및 방역 체계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는 "지난 3일 광진구청 내 자연학습장에서 폐사한 닭의 AI 감염여부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의뢰한 결과, 고병원성 AI 감염사실이 최종 확인됐다"고 6일 밝혔다.
광진구는 성남 모란시장에서 꿩을 구입한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5일까지 구청 자연학습장에서 시민들이 조류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6일 관내 371개 통에서 주민 대상 임시 반상회를 열어 주민들을 상대로 접촉신고를 받고, 원하는 사람에게는 혈청검사를 해주기로 했다.
서울시는 자연학습장에서 기르던 53마리의 조류를 살(殺)처분하고, 구청 반경 500m에 대해 방역작업을 실시하는 한편 청사 내 차량통행을 전면통제하고 있다.
◆구청 자연학습장에서 발생
지난달 28일 광진구청 내 자연학습장에서 기르던 58마리의 조류 중 꿩 2마리가 갑자기 폐사했다. 광진구는 꿩 2마리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묻었으나, 지난 1~3일 칠면조와 금계, 닭 등이 잇달아 폐사하자 지난 3일 오후 3시30분쯤 죽은 닭 1마리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보내 AI 감염 여부에 대한 감정을 의뢰했고, 5일 감염 의심 통보에 이어 6일 고병원성 AI 감염사실을 통보받았다.
서울시는 "광진구가 지난달 24일 성남시 모란시장에서 구입한 꿩 2마리가 가장 먼저 폐사한 점으로 미뤄 이를 가장 유력한 AI 오염경로로 추정한다"며 "구청에서 약 450m 떨어진 건국대 호수에 서식 중인 야생오리를 통한 전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정밀 역학조사를 통해 자세한 감염경로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늑장대응 논란
광진구는 지난달 28일 꿩 2마리가 갑자기 폐사했을 때 이를 서울시나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등에 통보하지 않았다. 3일 후 같은 곳에서 키우던 칠면조가 죽었을 때에도 관내 동물병원에 검사를 의뢰했으나, "자연사로 추정된다"는 소견에 따라 방역당국에 알리지 않았다.
하지만 광진구는 2일(금계)과 3일(닭) 잇따라 조류가 폐사하자 뒤늦게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AI 감염 여부를 의뢰했다. 서울시도 5일 오후3시30분쯤 AI 의심통보를 받은 이후에야 긴급 대책회의를 여는 등 방역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AI 발생지점에서 불과 1.2㎞ 떨어진 곳에는 43종 272마리의 조류가 사육되고 있는 능동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이 위치하고 있다. 어린이날인 5일에는 50여만명의 시민들이 어린이대공원을 찾았지만, 조류 살처분은 오후 8시 넘어서야 시작됐다. 동물원 측은 "5일 오후 4시쯤 AI가 의심된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조류를 살처분한다는 소식이 알려질 경우 시민들이 동요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사람이 많이 빠져나간 이후 살처분을 했다"고 말했다. 광진구는 이날 발생지역 반경 500m 이내 어린이집과 학교에서 수거한 병아리 71마리도 살처분했다.
◆동물원 조류도 살처분
서울에서 처음 발견된 조류 인플루엔자의 여파로 동물원에 살던 새들도 날벼락을 맞았다. 어린이대공원은 5일 동물원에 있던 조류 272마리(43종) 중에서 닭과 오리 등 10종 가금류 63마리를 살처분했다. 거위·청둥오리·칠면조·호로새·당닭·백한·꿩·금계·황금계·은계 등 오리·닭류다. 열대동물관과 들새장·물새장 등 우리 3곳은 폐쇄됐다. 하지만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나 두루미를 비롯, 야생동물인 펭귄 등은 화를 면했다. 오리류인 원앙 역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덕에 집오리 등 동족들과는 달리 목숨을 구했다.
과천 서울대공원은 발생장소에서 10㎞ 떨어져 있지만 예방차원에서 일부 조류들이 살처분됐다. 긴꼬리닭·비단당닭·실크오골계·싸움닭·오골계·재래종닭·청둥오리·거위·집오리·민목계·포리쉬·호로새 17종 221마리다. 서울시는 "AI 감염위험이 높은 가금류에 대해서만 예방차원에서 살처분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