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30일 "나는 밝은 전등불 밑에 있기가 마음이 졸인다. 끄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했다. 이날 '근로자의 날' 수상자들과의 오찬에서 에너지 절약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취재진이 나가자 오찬장의 불빛은 줄어들었다고 한다.

사소한 일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성격 때문에 이 대통령은 청와대 내에서 '꼼꼼 대통령'으로 불린다. 청와대는 최근 이 대통령 지시에 따라 각 수석·비서관실에 에너지 절약을 위한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점심시간에는 실내 전등과 컴퓨터를 모두 끄고, 창문으로 햇볕이 들어올 땐 가급적 등을 켜지 말라는 내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지난달 청와대 전기료 내역을 보고 받고, 너무 액수가 많은 데 깜짝 놀라 지시를 내렸다"고 했다.

일요일에는 오후에 회의를 열기로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일 오전에 소수의 근무자만 나오는데, 전등을 다 켤 필요가 있느냐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춘추관의 기자회견장도 공식브리핑이 있는 날이 아니면 문을 닫고 있다. 하루 전기료가 50만원이 넘게 나온다는 것이다.

지난 3월 말엔 전 직원에게 "청와대는 몸가짐이 단정해야 한다"며 평일에 청바지 착용을 금지하는 '근무복장 지침'을 내렸다. 슬리퍼를 신고 사무실을 돌아다니는 것도 금기사항이다. 이 대통령은 사무실 칸막이 높이를 1.1m로 하라고 지시했고, "숨어있는 (공간) 2㎝를 찾으라"고 했다.

"컬러 보고서는 낭비이니 흑백으로 하라" "분초 단위로 계획을 세워 일하라"고도 했다. 지방방문 땐 비용을 아끼기 위해 헬기 대신 KTX를 이용한다. 직원들의 출근시간도 류우익 대통령실장을 통해 엄격하게 체크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릴 적 가난했던 경험에다 건설회사 CEO로서 디테일과 현장을 챙기는 습관이 몸에 익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