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연구 분야의 모든 시대가 각광을 받아 온 것은 아니었다. 조선시대가 상대적으로 '양지'에 가까운 분야였다면 고려시대는 '음지'에 가까웠고, 신라(통일신라)가 전자에 해당됐다면 발해는 후자라고 할 수 있었다. 고려사와 발해사를 전공으로 택한 학자들은 최근까지도 빛을 덜 받는 외로운 길을 걸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고려사와 발해사를 다룬 대표적인 개설서 두 권의 개정증보판이 최근 나란히 출간됐다. 두 권 모두 1999년에 초판이 나왔던 책이다.
10년 만에 그 동안의 연구 성과를 보강한 뒤 새로 내놓았다는 점에서도 같으며, 그 10년 동안 고려사와 발해사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 크게 늘어났다. 박종기(朴宗基) 국민대 국사학과 교수의 《새로 쓴 5백년 고려사》(푸른역사)와 송기호(宋基豪)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의 《발해를 다시 본다》(주류성출판사)다.
박 교수의 《새로 쓴 5백년 고려사》는 고려 왕조의 특성을 '다원사회(多元社會)'로 규정한다. 정치와 사회에서 개방성과 역동성, 문화와 사상에서는 다양성과 통일성을 특징으로 한다는 것이다. "왕조를 도약시킬 능력 있는 인재라면 국적과 종족을 가리지 않고 등용한 개방성과 하층민의 활발한 이동에서 비롯된 역동성이 있었으며, 이와 같은 사회적 통합력은 지금의 우리 사회가 당면한 과제"라는 주장이다. 이번 개정판은 정치사와 사상사를 대폭 보완했다.
송 교수의 《발해를 다시 본다》는 현지 답사기와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반박 등 12편의 글을 새로 추가했다. 28장 '발해는 과연 중국사인가?'에서는 "발해를 이끌어 나갔던 통치집단에서 대다수를 점하고 있던 것은 고구려인인 대씨(大氏)와 고씨(高氏)였으며 말갈계 이름으로 보이는 것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이는 "대조영이 말갈계 국가가 아닌 고구려계 국가를 추구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발해가 중국의 지방세력이라는 중국측의 주장을 반박한다. 개정판 서문에서는 "《대조영》 드라마에 보였던 애정을 발해사 자체에 쏟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