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일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주가조작과 수익률 조작 혐의를 인정함으로써 론스타는 '사면초가'에 빠지게 됐다. 4월에 매듭짓기로 한 외환은행 매각작업에 제동이 걸렸고, 글로벌 펀드로서 이미지에 흠집이 났다. 한국의 개인투자자들과 은행들이 민사소송을 낼 가능성은 커졌고, 엘리스 쇼트 부회장과 마이클 톰슨 법률이사 등에 대한 범죄인 인도 절차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外銀 인수 전 수익률, 인수 후 주가 조작

검찰이 주장한 혐의 내용은 2003년 11월 유회원씨 등 론스타 관계자들이 외환카드 합병 과정에서 허위 감자(減資)계획을 발표해 외환카드 주가를 떨어뜨렸다는 것이었다. 2006년 대검 중수부가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알아낸 것이다. 법원은 검찰의 기소 내용을 거의 그대로 인정했다. 법원은 "단순히 풍설(風說)을 유포한 정도가 아니라 시장에서 공신력을 인정받는 외환카드 모회사 임원 등이 그런 신뢰를 악용해 시장을 속인 것"이라고 규정했다.

유회원 론스타 코리아 대표가 외환카드 주가 조작 혐의 등으로 1일 오후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직후 유씨의 변호를 맡은 장용국 변호사(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법정 밖에서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질문을 받고 있다.

법원은 론스타가 2000~2003년 부실채권을 사들여 되파는 과정에서 자사(自社)에 유리하게 수익률을 조작했다는 혐의도 유죄를 선고했다. 독자적으로 인수한 부실채권이 수익이 안날 경우, 한국의 은행들과 함께 운용하던 펀드로 그 손실을 떠넘겼다는 것이다. 론스타와 함께 부실채권에 투자했던 산업은행과 옛 평화은행(우리은행에 합병) 등이 손해를 봤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론스타는 그간 한국 검찰의 수사에 대해 "글로벌 스탠더드(국제 기준)에 어긋난 것으로 한국 내 '반(反)외자 정서'와 '국수주의'에 편승한 행위"라고 비판해 왔다. 법원은 그러나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키지 않은 것은 론스타였음을 분명히 했다.

이번 선고는 1심이 진행 중인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 재판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 직전까지 펀드 수익률을 조작했고, 외환은행 인수 직후에는 외환카드 주가조작을 했다는 게 법원 결론이다. 론스타가 한국시장에서 관행적으로 불법을 저질러왔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이다.

외환은행 매각 상당기간 지연될 듯

이날 선고로 외환은행 매각 작업은 상당기간 지연될 전망이다. 론스타와 영국계 HSBC은행 간 매각계약은 4월 말까지 매각승인을 얻지 못하면 한쪽이 계약을 파기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계약이 파기되면 매각협상은 원점으로 돌아간다.

론스타는 작년 9월 HSBC은행과 매각계약을 체결했지만, 승인권을 가진 금감위는 "최종 재판 결과가 나온 뒤 승인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며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금감위 홍영만 홍보관리관은 "외환은행 건은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론스타코리아 유회원 대표 관련 재판)과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의 재판이 둘 다 해결돼야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론스타 관련 2개 재판이 모두 끝날 때까지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유보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론스타가 최종심에서 2개 재판 모두 질 확률이 높다고 판단할 경우, 전격적으로 항소를 포기하고 '대주주 자격 박탈 및 지분 강제처분 명령'을 감수하면서 외환은행을 조기 매각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다만, 론스타가 이 전략을 선택할 경우 불리한 상황에서 외환은행 인수 후보자와 매각협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매각 차익면에서 다소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론스타의 투자 손익은?

론스타 펀드는 2003년 10월 말 외환은행을 인수한 이후 총 2조1548억원을 투자했다. 론스타는 작년과 올해 배당금 명목으로 6470억원을 받은 데 이어, 작년 6월엔 지분 일부(13.6%)를 매각해 1조1927억원을 챙겼다. 이 둘을 합친 총수입은 1조8397억원(세전 기준)이다. 투자금 대비 원금 회수율은 85.4%에 이른다.

매각이 이뤄지면 투자수익은 급증한다. 론스타는 작년 9월 HSBC은행과 64억5000만 달러(한화 약 6조620억원)에 매각계약을 체결했다. 이대로만 팔린다면 론스타가 외환은행 투자로부터 얻게 되는 수입은 투자원금을 빼고도 5조7449억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