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놀 사람 여기 붙어라"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즐거운 소음들이 공연장 로비에 차오른다. 여기는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어린이 뮤지컬 '여우야 뭐하니'를 보러 온 꼬마 관객들은 입장 30분 전부터 배우들과 섞여 골목놀이를 한다. 일종의 워밍업이다. 한쪽에서는 줄넘기, 고무줄 놀이가 펼쳐진다. 술래를 피해 달아나며 아이들은 "와~" 하고 탄성을 터뜨리는데, 어두운 공연장이 훤해진다.
무대는 노래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로 열린다. 친구가 없어 외로운 여우가 나와 "나랑 노올~자" 한다. 나무 할머니는 꼼짝할 수 없고, 대신 보름달이 벗이 돼준다. 그런데 다음 날 뜬 달을 여우는 알아보지 못한다. 달은 차면 기운다고, 모양이 그새 달라졌기 때문이다. 달은 "난 변해, 날마다" 하는데, 여우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진짜 이야기는 여우가 사람으로 변장하고 마을로 내려가면서부터다. 한 꼬마 관객은 몰입한 나머지 "여우다, 피해!" 하고 고함을 친다. 예측불허의 이런 잡음도 즐겁다. 여우는 결국 물에 빠져 정체가 들통나고 만다. 그러나 여우를 찾아 숲으로 들어간 마을 아이들은 자기네 이름을 새기며 혼자 놀고 있는 여우를 발견한다. 순이, 달자, 꽃님, 봉팔, 삼순, 맹구, 춘식, 석필….
'여우야 뭐하니'는 서울어린이연극상 대본상, 연기상, 인기상 등을 받은 수작이다. 무대는 알록달록 동화책 같고 라이브 음악이 연주된다. "월요일은 원래 기분 좋은 날/ 화요일은 하루 종일 기분 좋은 날…"로 흐르는 노래의 흥, 객석까지 내려와 숨바꼭질을 하는 배우들, 공연 끝나고 로비에서 오재미로 박을 터뜨리는 놀이 이벤트까지 속이 꽉 차 있다. 동화책을 좋아하는 아이, 동화책 읽어주는 것을 즐기는 부모라면 만족할 만한 작품이다.
▶2월 10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설 연휴에도 하루 2회 공연한다. 1544-5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