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화재 참사 때마다 주범으로 등장하는 건설자재인 '우레탄폼(urethane foam)'을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 화재가 대형 참사로 이어진 원인 중 하나도 창고 내벽에 설치된 우레탄폼 때문이었다. 소방당국은 "우레탄폼이 타면서 발생한 유독가스를 마신 근로자들이 탈출 시도조차 못하고 그 자리에서 쓰러져 숨졌다"고 발표했다.

◆대형 참사 뒤에는 우레탄폼 등장

우레탄폼이 대형 참사를 낳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56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1997년 인천 인현동 호프집 화재, 27명이 사망한 1998년 부산 냉동창고 화재, 12명이 사망한 2003년 경북 청도 버섯 가공공장 화재 때도 모두 방수(防水)·단열재로 사용된 우레탄폼이 내뿜은 유독가스가 대형 인명 피해를 불러온 경우였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값싸고 시공이 편하다는 이유 때문에 우레탄폼이 방수·단열재로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내장공사업체인 A하우징 관계자는 "불에 타지 않는 불연성 단열재에 비해 우레탄폼은 시공 기간과 비용이 3~4배 정도 짧고 싸다"면서 "대형 냉동창고에서는 거의 100% 사용되고, 술집이나 사무실에서도 우레탄폼을 넣은 샌드위치 패널이 많이 사용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레탄폼의 약점은 쉽게 불이 붙고, 불이 붙으면 유독가스가 많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경원대학교 박형주 교수팀의 실험결과 우레탄폼은 소파 하나가 탈 때 나오는 열기에만 노출돼도 15~20초 사이에 불이 붙기 시작, 유독가스를 내뿜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 교수는 "이 때문에 우레탄폼에 불이 붙은 것을 보는 순간 탈출하기는 이미 늦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우레탄폼이 탈 때 발생하는 암모니아와 일산화탄소는 독성이 강해 마시면 순식간에 뇌와 호흡기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져오고 질식 증상을 일으킨다.

이에 대해 우레탄폼 시공업체인 P사 관계자는 "시중에 나와 있는 단열재 중 우레탄폼만큼 단열 효과가 좋은 것이 드물다"면서 "불이 나면 커튼에서도 유독가스가 나오는데 유독 우레탄폼만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것은 수긍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선진국에선 우레탄폼 사용 제한

외국에서는 우레탄폼의 독성 연기와 불길 확산 속도 때문에 사용 조건과 장소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미국 건축법은 우레탄폼을 지상 1층이 아니면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국에선 30㎡ 이하의 소규모 공간에서만 우레탄폼을 사용할 수 있다. 일본 건축기본법에도 지하에서는 우레탄폼 작업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우레탄폼 사용 제한규정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대형 참사를 예방하기 위해 우레탄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한국안전산업관리공단은 이천 화재사건을 계기로 지난 10일부터 선진국들의 우레탄폼 취급 및 관리규정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김엽래 교수는 "사무실, 목욕탕, 상가 등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다중이용시설이라도 우선적으로 우레탄폼 사용을 제한하는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