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전 서울 제기동 성당에서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비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준비해온 문건을 발표하고 있다.

삼성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을 폭로한 김용철(49) 변호사는 27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 집중’에 출연, 전날 자신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한 삼성측의 반론에 대해 조목조목 재반박을 했다.

삼성측이 “삼성SDI와 삼성물산의 계약에서 비자금은 전혀 없었고 샘플제작비 등 제(諸)경비가 19% 들어간 것”이라고 해명한 것에 대해 “19%가 샘플비라면 이상한 이야기다. 이것은 비자금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100억원대 그림을 홍라희(이건희 회장 부인) 리움미술관장이 개인적으로 구입했다고 삼성측이 밝힌 데 대해서는 “그림을 감추고, 그림을 사다 준 홍송원(서미갤러리 대표)씨와 입을 맞추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999년도에 그룹 전체적으로 50조원의 자본 잠식 상태였다”며 “삼성중공업이 ‘당시 매출이 3조5000억원인데 어떻게 2조원을 분식회계하느냐’고 해명했지만 매출과 분식회계 액수를 곧바로 비교하면 (사실관계를) 호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의 재반박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김 변호사의 터무니없는 어제 주장에 대해 삼성이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반박하자 김 변호사가 자기 편한 대로 마구잡이식으로 즉흥적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26일 밤 기자와의 통화에서 “삼성을 망가뜨리려는 게 아니라 이건희 회장 부자(父子)가 잘못을 시인하고 삼성이 바로잡아 나가기를 바라서 (기자회견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이랑 ‘법조계의 삼성’인 김앤장이랑 ‘회계의 삼성’인 삼일회계법인을 건드리는 등 대한민국에서 제일 센 놈들은 다 건드려 놨다”며 “나 자신보다는 국익을 생각하기 때문에 싸움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 김앤장, 삼일회계법인 등이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하는 것과 관련, “(소송을) 기다리고 있다. 할 테면 해봐라. 아직도 자료는 많이 남아 있다”고 자신했다.

김 변호사는 “나는 평생 누구와 한 번도 싸워본 적이 없고 얌전히 공부만 하던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이 한 번 싸우기로 작정하면 더 무서운 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변만 해도 400~500명의 변호사들이 나를 변호하겠다고 나선다”며 “나를 지지하는 인터넷 카페도 생기는 등 든든한 우군들이 많아 외롭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