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명 검찰총장은 19일 보도된 언론 인터뷰에서 BBK 의혹 수사와 관련해 “진실은 하나니까 그걸 향해 검찰은 나갈 것이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보지 마라”고 했다. 아무런 정치적 판단 없이 사법적 진실만을 밝히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대선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BBK 검찰수사엔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소지가 크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검찰은 지난 8월 한나라당 경선 당시, 선거를 5일 앞둔 시점에서 이명박 후보의 형 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가 절반씩 소유한 것으로 돼 있는 서울 도곡동 땅에 대해 “이상은씨 지분은 이씨가 아닌 제3자의 것으로 보인다”는 수사 발표를 했다. 검찰은 발표 시점에 대해 “더 이상 늦추면 정치적 오해를 받는다”며 정치적 고려를 했음을 고백했다. ‘제3자 것으로 보인다’는 모호한 표현 역시 검찰이 말하는 ‘진실은 하나’라는 원칙과는 거리가 멀다.

BBK 수사 역시 정치 상황에 따라 영향을 받을지 모른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 당시 김성호 법무장관은 국회 답변에서 ‘주가조작 사건에 이명박 후보와 관계가 있다고 판단하느냐’는 질문에 “관계가 있다는 증거나 자료는 없다”고 답변했다.

반면 지난달 안영욱 서울지검장은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이 후보의 주가조작 관련 여부를 묻는 같은 질문에 “주가조작 사건의 이 후보 관련 여부는 수사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두 사람의 답변은 정확히 모순되는 내용은 아니다. 그러나 ‘관련 증거가 아직 없다’는 답변과 ‘수사가 끝나지 않아 모른다’는 답변의 정치적 파장 차이는 엄청나다.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유력 대선 후보에 대한 검찰수사는 고도의 정치행위이며, 이쪽이냐 저쪽이냐에 따라 대선판을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검찰이 독자적으로 판단하기엔 너무 버거운 사안이며, 그래서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을 구하게 된다는 것이 정치권과 검찰에 정통한 사람들의 견해다.

1997년 대선을 두 달 앞두고 검찰은 김대중 국민회의 후보의 비자금 수사 유보를 발표했는데, 김영삼 전 대통령은 훗날 회고록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수사할 경우 대통령 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없을 것으로 판단돼 수사유보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BBK관련 검찰 수사발표는 크게 세가지 범주 중 하나의 선택을 요구하게 된다. 확인된 객관적 사실만 발표할 것인지, 한나라당 경선 때처럼 유권자들의 정치적 판단을 돕는다며 ‘…으로 보인다’는 식의 해석을 곁들일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 파장이 예상되는 사안을 덮는 YS식 선택을 할 것인지 등이다.

각각의 경우에 따라 대선에 미칠 파장의 크기가 달라지는 만큼, 그 같은 선택 자체가 정치적 판단을 요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