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의 연루의혹이 제기된 BBK사건 결론은 김경준(41·구속) 전 BBK 대표가 검찰에 제출한 자료의 '파괴력'과 진위(眞僞) 여부에 달렸다. 자신의 여권과 회사 관련 서류를 위조한 김씨의 '전력(前歷)'을 감안할 때 그의 진술만으로는 제기된 의혹을 판가름하기는 어렵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그랬다가는 당장 한나라당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김씨 변호인인 박수종 변호사 사무실에 19일 국제 택배로 도착한 김씨의 10㎏짜리 서류상자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씨 제출 '주식거래 계약서' 진짜일까

이 '주식거래 계약서'는 김씨가 지난 8월 미국 LA 연방교도소에서 모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그 존재가 알려졌다. 당시 김씨는 "이 후보가 세운 LKe뱅크가 BBK, e뱅크코리아의 지주회사이며, 이 후보가 세 회사 지분을 100%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자료"라며, 30쪽 분량의 영문으로 된 주식거래 계약서를 제시했다. 김씨는 이것을 '이면계약서'라면서, 내용은 빼고 표지와 이 후보 등의 서명이 있는 마지막 장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 후보의 측근으로 18일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김백준 전 서울메트로 감사에 따르면, 이 계약서는 이 후보가 설립한 LKe뱅크, 김씨가 운영한 역외펀드인 MAF, 그리고 MAF의 유령회사인 A.M.파파스 간의 순환 출자에 대한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서류는 김씨가 16일 국내로 송환되면서 가져와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리카 김이 미국 LA에서 택배로 김경준씨 변호를 맡은 박모 변호사 사무실에 보낸 서류 상자.

관건은 이 서류가 과연 진짜냐는 것이다. 김씨는 전문가를 동원해 미국 여권 7매, 미국 네바다주 법인설립인가서 19장을 위조한 전력이 있다. 때문에 검찰은 이 '계약서'의 진위 여부를 문서감정을 통해 규명한 뒤에 수사 결론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에리카 김이 보낸 자료도 관심

이밖에 김씨가 제출한 자료는, 김씨와 관련해 미국에서 벌어진 민·형사 소송 과정에서 현지 법원에 제출한 서류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 공개돼 한 번씩은 쟁점이 됐던 자료들이다. 검찰은 이들 하나하나가 정황 증거는 되겠지만, 결론을 좌우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이 19일 보내 온 서류 상자에 '새로운 뇌관', 즉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다른 '계약서'가 숨어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씨는 국내 송환되기 이틀 전인 13일(미국 현지시각) 이 서류상자를 미리 보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