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35)씨 명의로 개설된 은행 개인금고에 보관된 2억원대 외화(外貨)의 실제 주인이 성곡미술관 관장이자 김석원(62) 쌍용양회 명예회장의 부인인 박문순(53)씨로 밝혀지자, 검찰이 이 돈의 출처 수사에 나섰다.

쌍용양회는 외환위기 이후 경영난에 허덕이다가 수조원의 빚을 탕감받는 등 천문학적인 공적 자금이 투입됐었고, 한때 재계 6위였던 쌍용그룹은 공중분해됐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 돈을 박 관장측이 빼돌렸다가 적발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는 것이다. 신씨와 변양균(58) 전 청와대 정책실장 사건에 연루되면서, 박 관장 부부가 예상치 못한 ‘유탄’을 맞게 된 셈이다.

금고가 개설된 2004년은 김석원 명예회장이 그룹 자산 31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1년 내내 검찰 수사를 받던 시기다. 김 회장은 그해 11월 구속 수감됐다. 검찰은 2004년 당시 김 회장이 쌍용양회가 공장부지로 사 놓은 북제주군 임야 46만㎡(14만평·시가 11억원 상당)를 부인 박 관장의 명의로 소유권을 이전했다가 적발된 사실을 주목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금고 속의 2억원이 당시 검찰의 추적을 피하려고 박 관장 부부가 차명으로 감춰뒀던 비자금의 일부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박 관장은 “회사와 무관하게 주변 사람들이 나를 돕기 위해 모은 돈”이라고 진술했다. 만약 돈의 출처가 회사 돈으로 드러나면 박 관장은 신씨 사건과는 별도로 횡령 혐의를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