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1로 시작한 후반전. 체력은 점차 고갈되는데, 상대편은 매섭게 몰아붙인다. 태권도로 단련돼 발 재간이 좋은 서영주(24) 선수가 연달아 통렬하게 골망을 흔들자 비로소 상대방의 추격 의지는 꺾였다. 최종 스코어는 4대2.

해가 서쪽으로 기울던 지난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난지 인조잔디구장에서 열린 어머니(마포구 여성축구단)와 아들(마포구 초등학생 축구교실 팀)뻘 축구경기는 ‘어머니팀’ 승리로 끝났다. 여성 선수들은 절도 있게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일사불란하게 손과 발목, 허리 등을 스트레칭으로 풀었다.

이어 신문선 어머니팀 감독이 익숙한 목소리로 풀어내는 관전평. “지난 대회에서 무실점 우승했다고 자만하면 안 됩니다. 늘 목표를 수준보다 높여야 해요. 우리 팀 평균연령이 계속 올라가고 있는 건 약점입니다.”

2000년 창단해 33명이 뛰고 있는 마포구 여성축구단. 마포구에 사는 인기 축구해설가 신문선씨를 감독으로 두고, 코치와 트레이너까지 갖췄다. 매주 화·목·토요일 아침에 2시간씩 난지동과 망원동의 구장에서 연습한다. 전문 선수는 한 명도 없지만 전력만큼은 서울시 생활체육 리그에서 ‘동급최강’으로 꼽힌다. ‘신문선과 함께 하는 마포구여성축구교실’로 시작해 이듬해 아예 축구단으로 변신했다.

지난 18~19일 이틀 동안 열린 ‘제1회 서울시 여성축구대회’는 마포팀의 위상을 확실히 다진 계기였다. ‘1차전 대(對) 강남구 5대0승’, ‘8강전 대 강서구 3대0’, ‘준결승 대 송파구 1대0’, ‘결승 대 동대문구 2대0’…. 전승 무실점 우승이었다. 올 가을 열리는 문광부장관배 전국여성축구대회에 서울대표로 나가게 된 것은 물론이다.

학교 다니는 아이들을 둔 중년 주부들과 할머니, 여고생 티를 벗지 못한 20대 아가씨까지 33명이 축구단에서 뛴다. 체력도 나이도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축구에 미쳤다’는 것.

구릿빛으로 그을린 얼굴로 땀을 닦던 김광희(37) 주장이 말했다. “학창시절 육상선수였고, 초등 시절에는 남자 아이들이랑 축구했어요.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연습하죠. 남편과 아이들은 말리지만 어떡해요? 제가 좋은 걸.(웃음)”

‘왕 언니’ 노릇하는 심정순(70)·김숙자(66)씨 역시 축구 예찬론자다.

“우리 집이 4층인데 친구들은 다리 아프다고 헉헉대지만 난 날아다녀. 손주 10명이랑 힘을 합쳐 언젠가 ‘베스트 일레븐’을 만들거야.(심정순)”

“처음엔 아무도 없는 골대에 골 넣는 것도 그렇게 힘들더라고. 이젠 문제 없어. 동료 선수들이 ‘언니’라고 하면 젊어진 느낌이야.(김숙자)”

1년 2개월 전 합류한 김현진(26)씨는 “아침에 남자들이 조기축구하는 걸 볼 때마다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며 “‘아무나 오면 된다’는 공고 보고 한달음에 달려왔다”고 했다.

마포구 여성축구단이 강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또 있다. 마포가 어떤 곳인가.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시작하고 끝맺음 한 한국축구의 성지(聖地) 상암 월드컵경기장을 품은 곳이다. 주 연습 장소 중 하나인 난지인조잔디구장은 여느 강변의 조기축구장과는 차원이 다르다. 천연은 아니지만, 진한 녹색과 연두빛의 부드러운 잔디가 부드럽게 깔려 있고, 난지도의 푸른 숲에 둘러싸여 있다.

신문선 감독은 “축구는 중년 여성들이 별다른 비용 들이지 않고 건강을 지키는데 더없이 좋은 운동인 만큼 여성 생활스포츠로 계속 확산시켜야 한다”며 “서울시와 일선 구청들이 전용구장 등 인프라를 갖출 수 있도록 조금 더 도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