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쇼닥터(Show Doctor)’ 짐 밀란(Jim Millan·46)이 한국으로 왕진(往診)을 왔다. 오는 9월 미국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장기공연을 시작하는 비언어극 ‘점프’를 진단하기 위해서다. 밀란은 현재 미국 HBO로 방영 중인 히트 코미디 ‘키즈 인 더 홀(Kids in the Hall)’, 여객기용 프로그램인 ‘저스트 포 래프(Just for Laughs)’의 연출가로 유명하다.

“마셜 아트(무술)와 코미디를 결합한 공연은 ‘점프’가 세계 최초다. 누구에게나 쉽고 재미있다는 게 강점이다. 다만 미국 관객은 유럽 관객과 달리 훨씬 빠르고 요란하고 화려한 것을 좋아한다. 뉴욕에서 하룻밤 즐길 오락물은 500개가 넘는다. 그들이 ‘점프’를 선택하도록 손질하는 게 내 임무다.”

‘점프’는 무술 가족이 집에 침입한 도둑들과 벌이는 소동을 태권도·아크로바틱 등을 섞어 코믹하게 그린 비언어극이다. 2년 전 스페인 쇼닥터를 불러 장면 첨삭과 코미디 감각을 ‘치료’ 받았고, 이번엔 북미 관객의 취향에 맞추고 엉뚱한 오해를 피하는 쪽으로 검진을 의뢰했다. 밀란은 ▲할아버지를 엄격하기보다는 따뜻하게 설정할 것 ▲동성애자를 떠올리게 하는 사위의 안경을 바꿀 것 ▲무대 크루(crew)들에게 닌자 의상을 입힐 것 등을 제안했다. 사위에 대해 그는 “평소엔 평범한 남자지만 스파이더맨이나 슈퍼맨처럼 변신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점프’가 롱런할 유니온스퀘어 극장(499석)은 러시아 광대극 ‘스노우 쇼’가 2년 가량 공연한 공연장이다. 밀란은 ‘점프’에 대해 그 이상의 장기 흥행을 점쳤다. “좋은 예언이 나쁜 결과를 부를 수 있다”며 액땜 삼아 나무 탁자를 세 번 두드린 그는 “ ‘점프’는 장르적으로 새롭고 미국식 유머와도 맞아떨어진다. 영미권 밖에서 뉴욕에 들어온 작품들 중엔 가장 큰 성공을 거둘 것 같다”고 말했다. 10년 이상 흥행한 ‘스텀프’에 비유하기도 했다.

가장 재미있는 장면으로는 도둑들이 침입해 벌어지는 소동을 꼽았다. 한국의 집안 풍경, 대가족 제도, 음악과 줄거리엔 손을 대지 않는다. 이 쇼닥터는 “세계는 평평해지고 있고, 관객은 다른 나라 문화를 접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한국적 색채는 가능한 살리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