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 튀며 끊임없이 움직이는 손, 장난기가 묻어나는 눈매. 뉴욕 현대미술관, 파리 퐁피두 센터 등 유명 박물관에 작품이 전시돼 있는 세계적인 가구·조명 디자이너 톰 딕슨(Dixon·48)의 겉모습에서 예술가의 ‘무게’는 감지되지 않는다. 지난달 31일 서울 서교동 ‘aA 디자인 뮤지엄’서 만난 그는 그곳에 설치된 자신의 대표작 ‘미러 볼(Mirror Ball·거울 공)’을 살피며 “디자인은 나에게 재미있는 취미 같은 것”이라며 어깨를 으쓱했다.
딕슨은 천장에 매달아 서로가 서로를 반사하게 한 ‘미러 볼’, 블록을 쌓듯 취향에 따라 배열을 바꿀 수 있는 소파인 ‘소프트 시스템(Soft System)’, 플라스틱과 나무 등을 이음새 없이 구부려 만든 ‘S-체어(S-Chair·의자)’ 등 기발하고 재미있는 제품으로 이름난 영국 출신의 디자이너다. 1990년대 초 이탈리아 유명 가구 브랜드 ‘카펠리니’가 ‘자국 디자이너만 쓴다’는 원칙을 깨고 딕슨과 ‘S-의자’ 판매 계약을 맺어 콧대 높은 이탈리아 디자이너들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일은 유명한 에피소드다.
딕슨은 학교에서 디자인 교육을 정식으로 받은 적이 없다. 그는 “70년대 런던에서는 정규 교육 과정을 착실히 밟는 게 오히려 독특한 일로 여겨졌다”고 시큰둥하게 말했다. 20대 초반 그는 런던의 여느 젊은이들처럼 펑크 록 밴드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며 오토바이 질주에 빠져 있었다. 오토바이를 수리하면서 각종 금속과 익숙해진 후 취미 삼아 금속 의자를 만든 것이 디자이너의 길로 들어선 계기다.
이번이 두 번째 한국 방문이라는 딕슨은 한국 식당을 찾아 다니며 한식(韓食)의 세계를 탐험하는 재미에 빠졌다. 그는 “김치처럼 찬 음식과 찌개처럼 아주 뜨거운 음식을 동시에 먹는 것이 특히 놀랍다”며 “한국 요리는 검은색의 느낌이 강하다”고 했다. 아울러 “국립박물관에서 본 한복의 깊은 색감도 인상적이었다”면서 젊은 한국 디자이너들에게 “개인의 정체성과 아울러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킬 것”을 당부했다.
그런데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사는 집은 어떤 모습일까. 딕슨은 “전기선에 전구만 대충 끼워 쓸 정도로 우리 집은 엉망진창인데, 요리사가 싸구려 햄버거를 즐겨 먹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