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2005년부터 ‘부패척결 태스크포스(TF)팀’을 가동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뒷조사를 한 데 대해, 청와대는 17일 “TF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번에야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국정원이 그동안 여러 개의 TF를 운영했고, 사안에 따라 결과를 청와대에 보고해 온 것으로 나타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취임 이후 정권적 치적(治績)으로 공언해 온 ‘정치사찰 금지’ 약속이 사실상 허망한 상황이 되어버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청와대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거나, 제도적·구조적 부패에 대해 국정원으로부터 보고를 받아왔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 후보 부동산 자료는 보고 받은 바 없다”고 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국정원이 보고 할 때 어느 조직에서 생산한 것인지는 밝히지 않는다”고 했다. 국정원 TF 파문이 청와대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국정원이 ‘정권안정 보장기구’로 정치사찰을 한 것에 노 대통령이 직접 해명하라”고 했지만, 천 대변인은 “정치사찰은 없었다”고 했다. 국정원도 “구조적인 비리를 끊기 위해 국정원 고유업무로 TF를 가동했으며, 정치인 사찰은 없었다”고 했다. 청와대와 국정원이 입을 맞춘 듯 청와대의 TF 활동 사전인지 의혹과 정치사찰 의혹을 부인한 것이다.
그러나 김만복 국정원장은 16일 한나라당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TF 조사 결과를 사안에 따라 청와대에 보고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부인에도 불구, 이 후보 조사결과가 청와대에 보고됐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이다.
국정원이 TF 조사 결과를 보고한다면, 보고 통로인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TF의 존재를 알 수밖에 없다. 한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요 보고는 어느 부서에서 생산된 것인지 알게 된다”며 “청와대가 TF 존재를 최근에야 알았다고 한 것은 노 대통령 보호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취임하자 마자 국정원장 주례 보고를 없앴고, 정치정보를 보고 받지 않겠다고도 했다. “권력기관에 의존하지 않겠다”(2003년6월), “국정원의 정치개입은 없어졌다”(2004년3월)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건으로 ‘정치사찰’ 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심지연 경남대 교수는 “부패척결은 검·경이 다룰 사안인데 국정원이 왜 하느냐”며 “정치인 뒷조사는 정치사찰 의혹을 피하기 힘들다”고 했고, 강경근(姜京根) 숭실대 교수도 “야당 후보를 포함한 TF 활동은 국정원 고유업무로 볼 수 없으므로 민간인 사찰에 해당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