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대철 상임고문과 문희상 전 의장, 문학진 의원 등 17명(의원 16명)이 15일 열린우리당을 탈당함으로써 열린우리당은 사실상 해체 국면에 들어갔다.

2004년 4월 17대 총선에서 전체 의석의 반수가 넘는 152석을 확보해 원내 1당에 오른 열린우리당은 소속 의원들의 3차례 걸친 집단탈당으로 의석수(73석)가 반 토막이 났다. 17대 국회 개원 3년 만이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이날 “탈당은 대통합신당 추진을 위해 지도부와 협의를 통해 지도부가 이에 공감해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지금은 헤어지지만 12월 대선이 가까워지면 탈당 의원들이 중심이 돼 당 외곽에 마련할 신당과 다시 합치게 될 것이란 기대이다. 하지만 탈당 의원 상당수는 “이번 대선은 열린우리당 간판으로는 안 된다”며 사실상 당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해체로 치닫는 데 반해,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 개입 수위를 높이고 있다. 탈당한 현직 대통령이 12월 대선 선대본부장으로 나선 듯한 모습이다. 청와대는 15일 한나라당 이명박 경선후보의 대변인인 박형준 진수희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노 대통령이 범(汎)여권 주자들을 제쳐두고 이 후보와 싸움을 직접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는 또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이 선택한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전날 발언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려 하자, "선거법 위반이 아니다"고 즉각 반박했다. "정치 개입 말고 제발 조용히 있어달라"는 범여권 요구를 무시한 채 대선 개입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비친 것이다.

탈당한 대통령이 선대본부장?
청와대가 직접 '이명박 쪽' 의원 고발
쏙 들어간 黨 해체론, 盧 입김 받은듯

노 대통령의 입김은 열린우리당에 그대로 전달되는 모습이다. 정세균 의장은 14일까지만 해도 임시전당대회를 통해 당 해체를 선언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15일엔 당 해체론이 자취를 감췄다. 노 대통령이 전날 한겨레신문과 인터뷰에서 "당을 먼저 해체하자는 것은 전략이 아니다"며 당 존속과 함께 열린우리당과 외부 주자 간의 후보 단일화를 주장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 전 총리가 14일 저녁 민주당 박상천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외부에서) 새 당을 하나 만들면 (합당해서) 거기 다 가면 된다. 전당대회 소집하고, (합당) 대상 생기면 날짜만 잡으면 된다"고 말한 것도 노 대통령의 생각을 반영했다는 관측이다.



열린우리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 민주당, 지난 8일과 15일 탈당한 의원들은 "대통합만 이뤄내면 이번 대선에서 해볼 만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이미지를 탈색한 뒤 시민사회 세력까지 끌어들인 대통합과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를 통해 단일후보를 내세우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범여권 인사들은 "8~9월쯤 되면 범여권에서 빅뱅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대선이 다가옴에 따라 '대선 필패(必敗)'의 절박성에 공감한 범여권 주자들을 중심으로 대통합과 단일후보 선출의 가닥이 잡힐 것이란 이야기다. 여기다 "이명박은 약점이 많아 낙마할 가능성이 있다"(이해찬 전 총리) "박근혜가 우리에겐 더 쉽다"(박상천 민주당 대표) 등 한나라당 후보의 낙마(落馬) 가능성을 염두에 둔 기대도 나타내고 있다.

지지율 合 15%로 승리 장담?
한편으로 한나라 후보 落馬 기대하며
대통합·단일후보 이룬다면 승산 점쳐

하지만 이 같은 기대와 달리 범여권 주자들의 지지율은 현재까지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다. 실제 범여권에서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10여명의 지지율을 합쳐도 15% 안팎에서 맴돌고 있다.

범여권 주자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나타내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6%대 정도다. 열린우리당 통합추진위원인 박병석 의원은 "여권에 대선 후보가 너무 많다. 대선 출마를 포기한 김근태 전 의장처럼 제2, 제3의 대선포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상임고문을 지낸 정대철 전 의원은 15일 "(2003년) 민주당을 떠나게 됨으로써 수많은 민주당원과 국민들에게 크나큰 슬픔을 던져주었기에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며 민주당 분당(分黨)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민주당은 즉각 환영의사를 밝혔다. 정 전 고문은 이날 탈당 회견문에서 "최후까지 분당만은 막으려 최선을 다했지만 저 자신조차 떠나게 됐다"며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 아픈 추억"이라고 했다.

정 전 고문은 "노무현 후보 선대위원장으로 현 정부 탄생을 주도했지만, 지난 4년은 고통과 시련의 시간이었다"며 "열린우리당이 국민의 신뢰를 잃고 실패한 정당이 되어버린 데 대해 깊은 책임감을 통감하며 국민의 따가운 질책과 비판을 내가 다 받겠다"고 했다.

다시 만날 날 정해놓은 이별쇼?
정대철·문희상 4년전 民主탈당 사과
"100년 정당 약속 어긴 책임 지겠다"

노 대통령 비서실장과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낸 문희상 의원도 이날 탈당 입장문을 통해 "100년 정당의 약속을 못 지킨 모든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고 가겠다"고 사과했다. 노 대통령과 정동영 전 의장 등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수차례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호언했었다.

문 의원은 "대통합 대열에 백의종군의 마음으로 합류, 열린우리당을 떠난다"고 했다. 문 의원은 "범여권 단일후보를 선출하는 대통합을 이뤄내지 못하면 역사 앞에 씻지 못할 죄인이 되고 30년 정치인생을 계속할 의미를 상실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