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만들어 놓고 11년째 열차가 서지 않는 지하철역. 으리으리한 신축 건물이 들어선 지 2년 넘도록 비좁은 임시 건물을 쓰는 기차역이 있다. 지하철 ‘마곡역’과 경의선 ‘수색기차역’이다. 주민들은 물론 열차 이용객들도 왜 이렇게 됐는지, 언제쯤 이용할 수 있는지 궁금해한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 일찍 지어서’다.
◆으리으리 새 수색역사는 ‘그림의 떡’
멀리 월드컵 경기장이 한눈에 들어오는 경의선 수색기차역은 현재 한 역,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다. 먼저 2002년 1월 착공돼 은빛 으리으리한 위용을 빛내는 말끔한 새 건물. 2005년 4월부터 선로반·시설유지반 등 각종 사무실이 입주해있다. 하지만 정작 매표소 등 중요한 승객 공간은 50m쯤 떨어진 좁은 임시 역사를 쓰고 있다. 이 자리에는 원래 빨간 벽돌에 지붕을 얹은 운치 있는 역사가 있었지만, 새 역 건물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2005년 초 헐렸다.
2년이 다 되도록 승객들이 이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신축역사에 지금의 기찻길이 아닌 전철을 염두에 두고 승강장까지 다 만들어놓았는데, 전철은 ‘훗날 얘기’가 됐기 때문이다. 철도시설공단은 용산~문산(48㎞)을 잇는 경의선 복선전철화 구간 중 먼저 성산(6호선 수색지하철역과 환승 예정)~문산(40㎞)을 2009년 6월에 조기 개통할 계획이다. 성산역에서 문산쪽으로 바로 다음 역이 새로 지은 수색역이 되는 것. 따라서 최소 2년 동안은 불편한 ‘곁방살이’가 불가피하다.
경의선 이용객 김형신(58·경기도 파주시)씨는 “역이 유난히 빨리 지어지기에 금세 전철이 놓일 것으로 기대했는데, 쓸데없이 일찍 만든 게 아니냐”고 말했다. 철도시설공단측은 복선화 공사 일정상 이런 불편이 불가피하며 예산낭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공단 관계자는 “새 역 건물은 여객 업무만 빼고, 주요 시설이 들어와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며 “단 기차 승객들까지 이곳에서 취급할 경우 훨씬 이동거리가 길어져 불편하고 안전 관리에도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11년째 열차 안 서는 ‘유령역’ 마곡역
지하철 5호선 열차가 송정역과 발산역 사이를 지날 때 창 밖을 유심히 보면, 역 간판과 벤치까지 갖춘 채 어둠 속에 휩싸인 ‘유령역’을 지나가게 된다. 1996년 3월 지하철 5호선 부분개통(까치산~방화) 때 완공된 마곡역. 그러나 이곳은 11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아직 ‘미개통역’이라는 딱지를 떼지 못했다. 멋진 지붕이 달린 지상 출입구도 기약 없이 닫혀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개발 계획도 확정 안 된 곳에 역을 지었는데, 지금껏 개발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논과 밭에 일부 주택이 들어서 있는 마곡·가양동 일대 101만평에 대해 1990년대 초반부터 개발 계획을 구상했고, 마곡역 건립도 이런 계획의 연장선에서 지었다. 그러나 96년 전철이 개통됐을 때도 이곳은 여전히 논밭 상태였고, 11년이 지나도 별로 변화가 없다. 따라서 앞으로 언제 역이 문 열지 알 수 없다.
서울시는 2005년에 이 일대에 주거·연구개발단지와 국제업무 상업지구 등을 들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공청회 등을 열어 세부계획을 확정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뿐, 무엇 하나 확정된 일정이 없다. 시는 “마곡역은 마곡지구의 한가운데에 있어 개발되면 서남권의 중심역으로 각광받을 것”이라며 “장기적 절차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현재 이곳은 바로 옆 송정역장이 역장을 겸직하고 있고, 공익근무요원 1명·청소용역업체 직원 2명이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