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자의 다섯 맛처럼/ 때론 시고 때론 쌉쓰름한 그 맛의 조화/ 배우고 싶어 세상의 모든 맛을/ 슬픈 사람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그 맛을~”
뮤지컬 ‘대장금’(大長今)의 주인공 장금이가 궁궐 수라간에서 부르는 노래(‘미소 짓는 맛’)다. 2003년 최고 시청률 55.5%를 기록한 ‘국민 드라마’를 무대로 옮긴 ‘대장금’은 어떤 맛일까. 5월 2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개막을 앞두고 요리 준비에 한창인 뮤지컬 ‘대장금’(오은희 작·한진섭 연출) 연습실을 불쑥 찾았다. 뮤지컬의 재료는 드라마와 이렇게 달랐다.
#1 이야기― 장금이의 멜로 강화
54부작 드라마를 2시간25분으로 압축했다. 수라간 나인이 된 장금이가 승승장구하다 역모의 누명을 쓰는 1막, 의녀(醫女)가 돼 역병으로부터 백성을 구하고 금의환향하는 2막의 흐름은 드라마와 거의 같다. 단 뮤지컬 대본은 장금이의 일과 사랑에 집중한다. 민정호와 장금이의 멜로 라인을 강화하면서 중종과 장금이, 민정호와 금영의 애정 관계도 양념으로 넣었다. 긴장을 이완시키는 인물인 덕구와 덕구처의 비중도 커졌다. 어린 장금이가 등장하지만 극중 역할은 제로(0)에 가깝고, “고기를 씹을 때 홍시맛이 났는데 어찌 홍시라 생각했느냐 물으시면, 그냥 홍시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이온데…”라는 명대사(?)도 빠졌다.
#2 요리― 보글보글 끓는 선율
‘대장금’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요리였다. 뮤지컬에도 요리가 등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실제 요리는 등장하지 않고 후각적인 자극도 없다. 다만 수라간이나 어선(御膳)경연 장면에서 “오이, 표고, 쇠고기, 잣을 넣고 돼지고기, 배추, 두부, 미나리로 만두를…” 같은 대사, 군침 도는 노랫말은 있다. 또 음악에 보글보글 끓는 소리, 도마질 소리를 밀어넣는다. 영상으로 요리를 등장시키는 않는다.
#3 음악― 서사성보다 서정성 강해
조성우('8월의 크리스마스' '인어공주' 등 영화음악 작곡가)가 만든 '대장금' 삽입곡은 40곡. 전체적으로 멜로디가 좋고 서정성이 강하지만 서사성은 약하다. 배경은 조선시대지만 서양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현대적인 음악이 극을 가로지른다. 국악기가 협연하는 곡은 당초 계획보다 줄어든 20% 이하지만 퓨전의 맛을 낸다. 장금이의 독창 '미소 짓는 맛', 최상궁과 한상궁의 이중창 '명이를 생각하게 해', 장금·민정호·중종·한상궁·최상궁·금영이 함께 부르는 '운명의 소용돌이'가 귀에 꽂힌다.
#4 무대― 배우 안무 고려해 재창조
생략과 상징이 많다. 뮤지컬 '대장금'은 '한국의 선은 남기되 색감·문양·질감에 변형을 가한다'는 비주얼 원칙을 세웠다. 시대적 복식을 재현하기보다 배우의 동선과 안무를 고려한 변형과 재창조를 택했다. 세트는 기둥과 계단, 막 등으로 단순화했다. 인물들의 복잡한 관계를 드러내는 조명이 있고, 영상으로 공간을 확장한다. 2막을 여는 제주도의 풍어제 행렬, 유채꽃도 볼거리다.
#5 한류― 개막전에 中 수출계약
제작사 PMC프러덕션은 내년 4월 말부터 베이징 세기극장(1700석)에서 '대장금'을 공연하기로 중국측과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개막하기도 전에 수출 실적을 올린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류 관광객 129만명 중 53만6000명이 중국인. '대장금'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도 높다. 일본과 싱가포르에서도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장금 역은 김소현·최보영·안유진이, 민정호 역은 원기준·김우형이 나눠 맡는다. ‘명성황후’ 이태원이 악역 최상궁을 연기한다. 6월 17일까지 예술의전당.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