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의 통합을 둘러싼 움직임이 긴박해지고 있다. 움직임은 크게 당을 중심으로 한 것과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한 통합 흐름 등 두 갈래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소(小)통합’ 갈등
민주당은 열린우리당 탈당파인 통합신당모임과 소(小)통합 신당을 추진하고 있다. 통합신당모임 내에선 “민주당에 백기투항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현재로선 40석 안팎의 의석을 가진 신당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면 여권 통합의 주도권은 민주당으로 넘어갈 수 있다. 박상천 민주당 대표는 이날 “열린우리당이 과거 분당에 대해 사과하더라도 통합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열린우리당엔 비상이 걸렸고, 본격적인 견제에 나섰다. 정세균 의장은 이날 “대통합의 큰 길이 앞에 있는데 모두 함께 그 길에 올라서면서 가야 한다. 지름길을 찾아 골목길을 헤매면 안 된다”고 말했다. 자칫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추가로 동요하고, 4·25 재·보선 이후 또 한 번의 집단탈당 움직임이 나오는 걸 우려하는 측면도 있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열린우리당도 통합 움직임에 가속이 붙는 양상이다. 열린우리당은 무엇보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등 대선주자 영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쟁력 있는 대선주자만 끌어들이면, 주도권을 단번에 되찾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소통합을 추진하는 측도 정 전 총장과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게 계속 ‘러브 콜’을 보내고 있다.
◆정운찬·손학규는 우선 독자세력화
손 전 지사와 정 전 총장은 아직까지는 범여권과 거리를 두면서 독자세력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 전 총장은 12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방문, 독립운동에 기여한 프랭크 윌리엄 스코필드 박사의 묘소를 참배한 뒤, “나에겐 아버지 같은 스코필드 박사는 ‘정치는 깨끗하지 못하니 가지 말라고 하면서도, 나라가 위기에 있다면 몸을 던지라’고 했다”며 “그의 신념과 가르침을 다시 되새겼다”고 말했다. 이어 이날 경원대 특강에서 “스스로 준비한 뒤 기회가 오면 용기 있게 나아가야 한다. 용기 있는 자만이 행운을 잡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11일 정대철 열린우리당 상임고문을 만나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얘기했다”며 “앞으로 정파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 인사들을 만나 의견을 구하겠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이날 한나라당을 탈당한 후 처음으로 1박2일 일정으로 경북을 방문했다. 이날 경북 영주 동양대에서 특강한 데 이어 13일에는 안동을 방문할 예정이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는 주로 사람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지역 지지층 기반을 닦고 외연을 확대하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대선의 전초기지로 삼으려는 ‘선진평화연대’를 만드는 일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