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역 인근 역세권 개발과 관련, ‘개발 유보지’로 남겨진 5만평을 놓고 개발허가권을 쥔 서울시와 땅 소유자인 철도공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29일 620m(140~155층·세계 3위 규모)짜리 초고층 빌딩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이 지역 개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으나, 철도공사는 나흘 만인 지난 2일 이사회를 열고 사업자 공모계획을 전격 취소, 개발 계획을 백지화시켰다. 쟁점은 총 개발면적 13만4000여평 중 서울시가 ‘개발 유보 지역’으로 정한 5만평.
서울시는 "13만4000평을 한꺼번에 개발하면 엄청난 교통혼잡이 예상되는 만큼 순차적으로 개발하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철도공사는 "개발 면적이 당초 계획보다 크게 줄어들어 사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또 5만평과 관련해 '주변 지역과의 연계개발을 고려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에 대해 철도공사와 업체들은 "서울시가 꿍꿍이속을 드러냈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 '꿍꿍이속'이란 그동안 '설(說)'로 나돈 한강변 아파트 철거계획이다. 서울시는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위해 한강 조망권을 방해하는 용산구 서부이촌동 지역 7만평 일대 아파트 단지의 일부를 허물 계획을 세웠으며, 5만평 부지도 서부이촌동과 연계해서 개발할 것이라는 게 철도공사측과 업계의 주장이다.
철도공사 용산역세권개발사업추진단 심병준 부장은 "공식 언급은 없었지만, 서울시가 강변 아파트를 한강 조망의 걸림돌로 지목해 일부를 철거할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곳 아파트의 대부분은 아직 재개발 추진 단계가 아니라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서부이촌동 아파트의 절반 이상이 97년 이후 지어진 새 아파트로, 서울시가 개발을 강행한다면 재건축 연한까지 어기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이곳에서 재건축 연한이 찬 단지는 중산(266가구)·시범(228가구·이상 70년 입주)·강변(146가구·71년 입주) 등 3곳에 불과하고, 나머지 대림(638가구·94년 입주)·현대한강(516가구·97년 입주)·동원베네스트(103가구·2005년 입주) 등 5개 단지는 비교적 새 아파트들이다.
서울시는 “아파트를 허무는 것은 아직 의견 제안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박상돈 지구단위계획1팀장은 “서부이촌동 아파트가 한강을 병풍처럼 가려,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일부 아파트를 철거하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여러번 나왔지만, 보상 문제가 복잡하고 부동산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어 구체화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용적률이 내려간 것도 철도공사와 업체들의 불만이다. 서울시는 철도공사가 600m로 제안한 초고층 빌딩 높이를 20m 높여주었다. 하지만 평균 용적률은 철도공사 제안(평균 610%)보다 낮은 평균 580%로 제한했다.
철도공사 일각에서는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용적률을 높이는 것이 시급한데, 건축비가 크게 증가하는 랜드마크 빌딩을 굳이 지을 필요가 있느냐’는 ‘초고층빌딩 무용론’마저 나오고 있다.
물론 아직 ‘대화를 통한 해결’ 가능성이 남아있다. 서울시는 이달초 양자간 상설 협의체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철도공사도 이에 응했다. 철도공사 역세권개발사업추진단 윤재훈 차장은 “한강 주변을 아름답게 가꾸는 서울시 계획에 공감하고 있다”며 “양측이 머리를 맞대면 합리적인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