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다음 세상에서는 부디 복받은 삶으로 환생하소서.”

죽은 사람의 넋을 달래고 극락세계로 보내주는 불교 의식인 ‘천도재(薦度齋)’가 처음으로 서울대공원 동물 식구들의 원혼들을 위해 치러진다. 대한불교 조계종 중앙신도회와 서울대공원 관리사업소는 오는 4월 5일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 남아메리카관 뒷편의 동물 위령비 앞에서 죽은 동물들의 넋을 달래기 위한 천도재를 봉행한다. 공개행사로 진행되는 천도재에는 불자와 서울대공원의 수의사와 사육사 등 3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서울대공원과 용인 에버랜드 동물원을 비롯해 전국의 주요 동물원에서는 1년에 한 차례씩 사육도중 죽거나 먹이 등으로 희생된 동물들을 위한 간단한 위령 행사를 지내고 있다. 서울대공원 역시 매년 5월1일 사육사와 수의사 등 직원들이 모여서 간단한 묵념 의식을 갖는 위령제를 실시해왔지만, 국내 주요 종단이 참여하는 종교행사로 치러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죽은 이들의 영정 앞에 향을 피우고 주관하는 스님이 영가(靈駕)를 위한 법문을 외우면, 참석자들이 절을 하며 명복을 비는 ‘사람 방식’ 그대로 진행된다.

서울대공원 동물들이 이승과 연을 놓는 과정은 제각각이다. 살만큼 살다 편안하게 죽는 경우부터, 불의의 사고사와 병사는 물론 흰 쥐와 토끼들처럼 육식동물들에게 산 채로 내던져지는 동물들도 있다. 2004년 1월부터 작년 10월까지 죽은 사육 동물 516마리 중 ‘제명을 다하고 늙어죽은’ 경우는 전체 6%인 31마리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병에 걸리거나 사고사로 삶을 마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상근 조계종 중앙신도회 사무총장은 "모든 생명은 환생한다는 불교 윤회 사상 때문에 천도재를 치르는 것에 대한 교리적인 문제는 전혀 없으며, 종단에서도 흔쾌히 허락했다"고 말했다. 봉행위원장 부두완 서울시의원은 "생명경시 풍조에 사회적으로 경종을 울리고, 한정된 동물원의 관광문화 콘텐츠를 새롭게 개척하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이원효 서울대공원 관리사업소장은 “기독교 등 다른 종교들의 입장을 생각해 5월 1일의 위령행사도 예정대로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