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번안·연출한 김민기(金敏基·56) 극단 학전 대표가 독일연방공화국이 주는 ‘괴테 메달’ 2007년 수상자로 결정됐다. 한국인이 괴테 메달을 받기는 1970년 서항석 전 국립극장장, 1995년 작곡가 윤이상(독일), 1997년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미국) 이후 네 번째이고 한국 국적 예술가로는 두 번째다.

독일문화원(Goethe Institut)은 1일 “연극인·작곡가·작가로서 독일·한국 문화 교류에 이바지한 공로로 김민기씨를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2007년 괴테 메달 수상자는 김민기씨 외에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스라엘), 작가 데쉐 탄도리(헝가리) 등 3명이다. 시상식은 괴테 서거일인 오는 3월 22일 독일 바이마르에서 열린다.

괴테 메달은 독일과의 문화 교류에 큰 공을 세운 세계적인 예술가나 학자에게 수여하는 독일연방공화국 훈장으로, 1954년 제정돼 그동안 57개국 412명(1년에 3~5명 수상)이 영예를 차지했다. 역대 수상자 중엔 프랑스의 석학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 ‘선셋대로’의 영화감독 빌리 와일더, 미술사학자 곰브리치 등이 있다.

독일 작가 폴커 루드비히의 1986년 초연작(Linie 1)을 김민기가 한국을 배경으로 번안·연출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1994년 초연해 현재 3300회를 달렸고 63만 명의 관객이 다녀갔다. 괴테 메달 수상을 통보받은 김민기씨는 “독일 사람들의 따뜻하고 큰 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000회 공연 때는 저작권료를 면제받았고, 2000회 때는 독일 그립스(Grips) 극단 배우들이 한국으로 와 김민기 작곡 ‘아침이슬’을 독일어로 불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