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호씨

현대차 로비사건으로 기소된 변양호(邊陽浩)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이 지난해 6월 구속(11월 보석)된 후 7개월 간의 법정 공방 끝에 29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번 무죄 판결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이 외환은행 헐값매각 수사를 염두에 두고 변 전 국장을 압박하려고 결정적 증거 없이 구속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의 '별건(別件) 수사'에 법원이 경종을 울렸다는 것이다. 변 전 국장은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으로도 기소된 상태다.

◆김동훈씨 진술 신빙성이 유·무죄 갈라

이번 사건의 핵심 증거는 현대차로부터 돈을 받아 전달했다는 공인회계사 김동훈씨의 '입'이었다. 물증은 없는 상황이었다. 법원은 김씨의 진술 가운데 변씨에게 뇌물을 줬다는 부분은 신빙성이 낮다고 봤다. 변씨측에서 김씨가 돈을 줬다는 시점에 서로 만나지 않았다는 '알리바이'를 댔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김씨가 변씨를 만나 뇌물을 줬다는 날짜에 변씨는 국회에 참석했거나, 변씨 PDA(개인휴대용 정보단말기)에 다른 약속들이 있어 만났다고 믿기 힘들다"고 밝혔다. 김씨는 서울 강남 역삼동 르네상스 호텔 부근에서 벌인 현장 검증에서도 "돈을 전달했던 당시와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며 뇌물을 전한 장소를 꼭 집어내지 못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별다른 알리바이를 대지 못한 다른 피고인들에겐 모두 실형을 선고했다. 김씨의 학력과 경력,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는 점 등을 들어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로 변씨는 일단 명예회복을 하게 됐지만, 넘어야 할 산이 또 하나 있다. 2003년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과 관련해 3443억~8253억원대 업무상 배임과 사후(事後)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다른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변씨측 노영보 변호사는 "변씨를 현대차 뇌물사건(별건)으로 구속해 장장 144일 동안 외환은행사건(본건·本件)에 대한 구속 수사를 벌였다"고 비판했다.

◆검찰 “변씨 관련 진술만 배척, 납득 못 해”

검찰은 이날 “다른 피고인에 대해서는 돈을 준 김동훈씨의 진술을 모두 인정하면서 유독 변씨에 대해서만 김씨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고 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변씨측의 알리바이는 모두 허구로 밝혀졌고, 김씨가 4~5년 전 로비상황을 기억해 르네상스 호텔 근처 유흥주점 두 곳을 뇌물 전달장소로 지목한 것은 믿을 수 있을 정도로 특정한 것”이라며 김씨 진술의 신빙성을 강조했다.

채 기획관은 ‘부실수사’라는 평가에 대해 “확정 판결 아닌 1심 결과를 두고 그렇게 말하는 것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별건수사’ 시비를 두고는 “현대차 수사과정에서 현대차 부채탕감 로비 혐의가 포착된 것으로 재판부도 그 경위를 잘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변씨에게 지난해 6월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이번에는 무죄 판결을 내렸고, 유죄를 선고한 박상배 전 산은 부총재에 대해서는 당시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인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날 선고를 내린 이종석 부장판사는 작년 8월 인사 때 영장전담부장판사에서 형사합의부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최근에는 기록이 방대하고 복잡한 이 사건 때문에 매주 주말에도 출근했다는 후문이다.

키워드 - 별건(別件)수사란

실체 수사와 다른 범죄행위를 적용해 피의자 신병을 확보한 뒤 본격수사에 나서는 것을 말한다. 외환은행 헐값매각 수사 등과 관련해 법원에서 영장이 계속 기각되자, 검찰은 “사건의 본체에 대한 수사가 필요한데 영장이 기각돼 수사가 방해받고 있다”며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