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다세대주택 지하 1층. A중학교 3학년생 김모(15)양은 26만원을 주고 산 고등학교 교복을 만지작거렸다. “고등학교에 가기 전에, 이번 졸업식(2월14일)에서라도 정말 미안하다는 말 하고 싶은데….” 바로 이 방이었다. 김양은 지난해 12월 8일 바로 이곳에서 친구 세 명과 함께 옆반의 이모(15)양을 80여 차례 때리고 그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이 중 일부가 같은 달 21일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 공개돼 세상을 놀라게 했다.

▲ 지난 달 8일 동급생을 80여차례 때리고 동영상을 찍었던 가해학생들 가운데 두 학생이 인터뷰하고 있다./박수찬기자

피해자 이양 35일째 치료… 고교진학 준비못해

“찾아가 따져야겠다” 아직 맺힌 응어리 못풀어

가해학생은 심리상담 받으며 경찰서 봉사활동

◆피해학생은 한 달 넘게 입원치료 중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났다. 하지만 폭력을 당한 학생이나, 폭력을 가한 학생이나 아직도 동영상 사건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병실과 방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피해자 이양은 벌써 35일째 안산의 한 병원에 입원해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크리스마스도 새해 첫 날도 모두 병원에서 보냈다. 이양의 사촌오빠(23)는 "처음에는 말도 못하고 밥도 못 넘겼는데 지금은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며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쯤 퇴원해 통원 치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고등학교 진학 준비는 전혀 못했다. 이양은 외부인과의 접촉도 거의 안 하고 있다. 얼마 전엔 사촌오빠로부터 '가해 학생들이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는 동영상 기사 이야기를 듣고는 "그럴 아이들이 아니다", "찾아가서 따지고 화풀이라도 해야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도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해학생들은 심리상담 받고 있어

김양 등 가해학생 4명은 경찰조사를 마치고 1월 말쯤 불구속 기소될 예정이다. 이들은 경찰의 조치에 따라 집 근처 청소년지원센터에서 심리상담을 받고 경찰서에서 봉사활동(청소)을 하고 있다. 가해학생인 김양과 고모(15)양은 경찰서를 갈 때 빼곤 집 밖에는 잘 나가지 않는다. 집 밖을 자주 나서지 않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사건 직후 가해학생의 실명과 사진, 전화번호가 인터넷에 공개되는 바람에 "얼굴에 염산을 뿌리겠다", "찾아가겠다"는 문자메시지를 한 달 사이에 300~400통씩 받았다. 김양은 휴대전화 번호를 3번이나 바꿨다.

친구 3명과 함께 옆 반 동급생을 집단 폭행했던 안산 모 중학교 3학년 김모(15)양이 지난 24일 구입한 고등학교 교복이 든 가방을 만지고 있다. 김양은“고등학교에 가기 전에 (피해 학생을) 만나서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수찬기자

24일 김양은 자기 방에서 고등학교 입학식 때 입을 교복을 정리하고 있었다. 친구인 고양도 함께 있었다. 김양은 기자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고 어색한 듯 자꾸 휴대전화를 만졌다.

그러면서도 작은 목소리로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김양은 "아직 사과도 못했는데…"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고, 고양도 "맞아 죽더라도 병원에 가서 사과하고 싶었는데 갈 수 없었다. 친구 부모님 뵐 면목이 없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양의 책상 서랍엔 피해자 이양에게 보내려고 얼마 전에 써놓은 2장짜리 편지가 있었다. '…이미 내가 너한테 저지른 일들을 니 마음 속에서 지울 수 없다는 걸 잘 알아… 나 땜에 힘들고 아파하지 않고 너가 편하게 고등학교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아파서 만날 수 없다고 해서 편지로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 담아 보낼게….'

김양은 이전에도 한 차례 편지를 보냈는데, 이양의 사촌오빠가 이양에게 전달해주지 않고 호주머니에 보관 중이다. "'우리도 이렇게 힘든데 너는 학교 생활을 어떻게 할지 걱정'이라는 식의 편지내용이 오히려 협박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동생에게 아픈 상처를 떠올리게 할 것 같아서 전해주지 않았다"고 사촌오빠는 말했다. 피해학생에게나, 가해학생에게나 학교 폭력의 상처는 깊게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