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후반, 세계의 중심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이었다. 이 시대의 영국 정치사에서 우리는 최소한 두 사람의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 보수당의 영수(領袖) 디즈레일리와 자유당을 이끈 글래드스턴. 디즈레일리는 부자가 빈자를 돕는 사회개혁을 주창한 반면 글래드스턴은 중산층과 비(非)국교도를 대변했다. 이 책은 지금까지 그 정도로만 우리에게 알려졌던 정치가 윌리엄 글래드스턴(Gladstone·1809~1898)에 대한 국내 사학자의 연구서다. 주로 그의 자유주의와 아일랜드 자치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23세에 국회의원이 된 뒤 86세에 정계를 은퇴하기까지 네 번이나 총리를 역임했던 글래드스턴은 실용주의자에서 자유주의자로, 다시 급진적 자유주의자로 선회했다. 그 배경에는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시대적 흐름이 존재했다. 그에게선 ‘정치적 급진주의’와 ‘사회적 보수주의’가 공존했다. 여성의 권리 신장에 반대하면서도 정치적 특권 타파에 앞장섰다. 역사적 감각과 장기적인 전망을 갖춘 ‘신념의 정치’란 우리가 지금 흔히 말하는 ‘정치’란 단어의 뉘앙스와는 사뭇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