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이념 갈등이 실제보다 부풀려져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윤성이(尹聖理) 경희대 교수(비교정치 전공)는 최근 학술지 ‘국가전략’ 제38호(세종연구소 刊)에 발표한 논문 ‘한국사회 이념 갈등의 실체와 변화’를 통해 이 같이 분석했다. 윤 교수는 “보수와 진보의 이념 갈등이 과연 기존의 지역 갈등을 대체하는 우리 사회의 주요한 균열의 축으로 자리잡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조선일보와 한국갤럽이 2002년 4월, 2004년 4월, 올 해 2월 세 번에 걸쳐 실시한 한국인의 사회인식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 문제를 분석했다. 윤 교수는 ▲북한 지원 ▲국가보안법 ▲통일의 방식 ▲성장과 분배 ▲토지소유 ▲파업 ▲경찰의 무력 사용 ▲집안의 체면 ▲선후배 관계 등 모두 9개의 이슈를 뽑고, 가장 보수적인 응답자에 1점, 가장 진보적인 응답자에 5점을 줘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스스로를 ‘보수’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북한 지원 문제에 대해 2.0(2002)→1.75(2004)→1.74(2006)로 점점 더 보수적인 성향을 보였다. 문제는 스스로를 ‘진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 역시 2.38→2.37→2.31로 점차 보수화되고 있다는 것.
‘보수’와 ‘진보’의 인식 편차 역시 극복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드러나지는 않았는데, 성장과 분배 문제의 경우 ‘보수’가 2.62→2.28→2.42의 응답을 보인 데 비해 ‘진보’는 2.86→2.70→2.81로 큰 차이가 없었다. 윤 교수는 “국가보안법 한 항목에서만 ‘보수’(2.22→2.46→2.14)와 ‘진보’(2.71→3.11→3.09)의 입장차가 크게 나타났을 뿐 나머지 여덟 항목에서는 큰 편차를 보이지 않았다”며 “토지 소유 한 항목만 ‘보수’(3.05→3.65→3.44)와 ‘진보’(3.31→3.88→3.82)가 모두 진보적인 입장을 보일 뿐 나머지 항목은 모두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세대적인 편차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2004년 조사에서 20~30대는 35%가 보수적인 입장을, 45.7%가 진보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올해 조사에선 보수적 입장(40.4%)이 진보적 입장(38.6%)보다 다수를 차지하게 됐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이와 같은 현상은 지역갈등과 마찬가지로 정치 엘리트 집단이 정권을 획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갈등을 증폭시킨 데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며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합리적으로 전환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과제는 ‘진보’와 ‘보수’라는 왜곡된 이분법적 대립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다른 문제에선 (윤 교수의) 분석이 맞을 수도 있겠다”고 평가하고, “그러나 북한문제나 대미(對美) 문제를 좀더 정밀히 검토해 보면 보수와 진보의 차이가 분명히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