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적 글쓰기라면 자신 있는데, 말로 풀려면 ‘꿀 먹은 벙어리’가 돼요.”
수시만큼은 아니지만, 정시 전형에서도 상당히 많은 대학이 면접을 치른다. 특히 교대와 각 대학 사범대는 교원 적성 평가라는 이름으로 상당히 심층적인 면접을 본다. 수많은 교재와 자료가 쏟아져 나오는 논술과 달리 면접에 대한 지침서는 많지 않아 수험생들을 막막하게 한다.
EBS 구술·면접 강사인 동북고 강방식 교사가 이 학교 1학년 안영식군과 함께 ‘면접 클리닉’을 진행했다. 강 교사가 직접 뽑은 세 가지 주제는 실제로 면접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로, 친구 혹은 부모와 모의 면접 형식으로 사전 연습을 하기 적합한 소재기도 하다.
강 교사와 이군의 ‘면접 시뮬레이션’을 통해 ‘논리적으로 말하기’의 기본을 익혀보자. 강 교사는 “면접에서는 한 쪽 측면만 강하게 주장하기 보다 이슈에 대한 다각적이고 열린 시각을 보여주는 편이 좋다”고 설명했다.
기본질문: 사범대에 진학해 선생님이 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답변: 저는 어렸을 때부터 남다르게 선생님에 대한 기대를 키워왔고, 변화하는 사회에서는 선생님이라는 역할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보는 넘쳐나는데 그것을 수용하는 학생들이 정보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일 수 있고 그런 것들을 잘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데 선생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정보화 사회다 보니깐, 인간적인 소외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친하게 잘 지낼 수 있도록 인도하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추가질문①: 개인적이고 남다른 이유가 있다고 했는데 그게 뭔가.
답변: 저희 집안에 선생님이 많으십니다. 또한 초등학교 3학년 때 선생님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 때 저는 소극적이어서 사람들 앞에서는 말도 못했는데 선생님이 어느 날 웅변을 하래요. 원고를 받고 교탁에 서서 읽으려고 했는데 도저히 못 하겠어서 울었습니다. 끝나고 내려온 후 선생님이 '영석아 너는 크면 잘할 수 있고,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중요하니깐 앞으로 연습을 많이 하면 도움이 될 거다'라고 한 게 기억에 남습니다.
추가질문②: 영석군이 실제로 교사 생활을 하는, 약 20년 후의 학교는 지금과 무엇이 달라졌을 것 같나.
답변: 그 때는 아무래도 학교라는 개념이 바뀔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은 무조건 '의무교육'인데 그 때는 학교도 개방돼서 획일적인 것이 아니라…기업에서 인재를 뽑으려고 필요한 학생을 양성한다거나 하는 식이 있을 것 같습니다. 롤스의 '정의론' 같이 최소 수혜자의 최대 이익을 준다는 원칙에 따라서 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많은 지원을 해주고, 나머지는 기업 쪽에서 경쟁하듯 자율성이 확대될 것 같습니다.
▶좋았어요
교 교과서에 나오는 롤스의 ‘정의론’을 언급한 것은 좋았습니다. 면접은 자질을 가늠하는 수단이라고 하지만, 학생들이 고교 교육을 얼마나 충실하게 이수했는지를 알고 싶은 것이 교수들의 마음입니다.
▶아차! 이건 고치세요
지원 동기를 물었을 때 개인적인 이유는 잠깐만 언급하고 ‘교육이란 무엇인가’를 설명하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써버렸네요. 교수들은 하루에 수십 명을 면접하기 때문에 너무 일반론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으면 흥미를 잃기 쉽습니다. 교육 전반에 대한 신념에 개인적인 사연을 잘 버무려 지원 동기를 설명하는 편이 나아요.
▶면접 포인트(혹은 ‘맛논’ 포인트?)
‘지원 동기’는 어느 학과 교수들이나 묻고 들어가는 인기 질문이지요. 이 질문은 지원 학생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했을 때까지를 염두에 둔 것이므로 ‘미래의 직업상’을 언급하면 좋습니다. 졸업 후 하고 싶은 일의 약 20년 뒤를 예측하고, 그 모습과 현재의 차이점을 간단히 분석한 후 ‘나는 그래서 미래에 이런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라는 내용을 덧붙이는 식이지요.
기본질문: 학교에서 맞아본 적이 있을 텐데, 물리적인 폭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나.
답변: 합리주의자 칸트라면 '떠들었으니깐 맞아야 한다'라고 말할 것이고 프랑스 사상가 사르트르라면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는다'라며 반대했을 것입니다. 저는 사르트르의 입장에 동의해 체벌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경우에서라도.
추가질문①: 어떤 상황에서라도 말이지. 그렇다면 정신적인 폭력은 어떤가.
답변: 정신적인 폭력이 물리적인 것보다 크다고 생각합니다.
추가질문② : 비정규직 법이 통과되면 '비정규직에 대한 테러'라는 반발이 나와. 학교에서 두발을 규제하면 학생 인권에 대한 '폭력'이라는 말을 쓰지. 아까 폭력은 어떤 경우에서라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는데 그럼 어떻게 하나. 이런 법과 교칙은 다 없어져야 하나.
답변: 기본적으로 공동체를 이루려면 교칙 같은 것을 제정해서…정신적으로 풀어지지 않게 하려면 어느 정도까지는 인정할 수 있는데…너무 억압적인 것은 안 되고…아예 폭력이 없는 상태는 존재할 수 없겠죠….
▶좋았어요
한 가지 이슈에 대해 양쪽의 관점을 제시하고 학생 본인은 어느 쪽 입장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밝힌 점이 좋았습니다.
▶아차! 이건 고치세요
폭력에 대해 ‘어떠한 경우에서라도 안 된다’라고 강하게 단정해버려 스스로를 공격적인 추가 질문의 가능성에 노출하고 말았습니다. 사회적 이슈는 여러 측면을 갖고 있으므로 어느 한 쪽을 100% 지지한다고 해버리면 논리적으로 의견을 풀어낼 수 있는 폭이 좁아지고 맙니다. 마지막 질문에서 당황하게 된 이유죠.
면접 포인트
대답 전 짧은 침묵이 흐르더라도 이슈의 다각적 측면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세요. 예를 들어 ‘폭력’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물리적 폭력만 생각하는데 체벌은 물리적인 것뿐 아니라 언어적, 정신적 폭력까지 포함한다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 답을 하는 식입니다. 질문의 주제에 대해 언급하되 ‘최근에 정보화 사회가 되면서’, ‘세계화가 확대되면서’ 새로운 측면도 생겼다는 점을 덧붙이면 좋겠습니다.
기본질문: 고등학생들이 학원에 많이 다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답변: 기본적으로 학생들이 학교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원인이라고 봅니다. 한번도 학교에 다니는 이유에 대해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죠. 학부모들은 학교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를 학원에 보낸다고 하면서 ‘공교육 교사는 실력이 형편없다’라는 식으로 얘기합니다.
추가질문① : 선생님이 실력을 키운다면 공교육이 살아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교원평가제에 찬성하겠군.
답변: 교원평가제 관련해서 말이 많은데…비리나 이런 것들이 많다고는 하더라고요. 선생님에 대한 평가도…딱히 정확한 기준이 없다고 하던데…어쨌든 선생님이 나태해지거나 하는 문제를 고치기 위한 순수한 목적에서는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추가질문② : 교육이라는 것이 단기적으로 측정 가능한 것일까. 잘못 평가해서 문제가 발생하면 어쩌지.
답변: 학생들도 실력을 평가하는 시험을 보지만 거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없지 않나요. 선생님들도 누구나 보편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 평가를 하고 순수한 목적에서라면….
▶좋았어요
공교육 문제를 ‘학생들의 교육에 대한 철학’ 차원에서 접근한 참신한 시각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차! 이건 고치세요
자기 생각에 너무 확신을 갖다 보니 교원평가제라는, 시사적으로 굉장히 민감한 문제에 대해 단정적인 견해를 밝혀버리고 말았습니다. 사회적 논란이 있는 문제는 찬성-반대 양쪽 모두 타당한 논리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교육과의 경쟁 속에서 공교육이 살아남기 위해 교원평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리적 비약은 위험했어요.
▶면접 포인트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시사 이슈에 대해 언급하려면 ‘저는 이렇게 생각하지만, 반대 쪽 논리는 이렇기 때문에 무엇을 보충하면 좋을 것 같다’라는 식으로 반대 입장까지 설명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울러 시사 이슈에서는 개인적 입장과 사회적 입장을 모두 어우르며 답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사교육 열풍에 관한 질문이라면 “저희 학교 선생님들은 굉장히 열성적이셔서 저는 학원을 거의 다니지 않았습니다” 등으로 시작해(개인적 차원) “국가 정책이 갈팡질팡하기 때문에 학생과 학교가 장기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학원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봅니다” 같은 정책적 문제를 언급하는 식이지요. 여기서 더 나아간다면 경제적, 혹은 문화적 관점까지 더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