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이종찬 부총재 진영은 28일 밤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언론장악 보고서' 제보자인
이도준 평화방송 차장의 신원을 공개한 뒤부터 일절 연락이 되지 않았다. 정 의원이 예상보다 빨리 움직인 데
대해 미처 대비가 되지 않은 듯한 분위기였다. 이 부총재 진영의 최상주 보좌관은 심야에 이 차장을 만났으며,
이 부총재는 한화갑 사무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29일 아침 8시 당에 전모를 파악해 보고하겠다"고 전했다.

이 부총재 진영은 이보다 앞서 이날 오후 이 차장을 만났고, 이 차장으로부터 '정 의원측에 문건을 제공했다'는
시인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차장은 점심무렵 이 부총재측 최상주 보좌관에게 전화를 걸어 "후회하고
고민하고 있다"는 뜻을 전했고, 최 보좌관은 "당장 만나자"고 제의했다. 이 부총재 진영은 이미 이 차장을
'문건유출 용의자'로 지목,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었고, 이 차장도 이같은 사실을 인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만난 자리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모종의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나 추측된다. 이 부총재는
이날 오후 원주 강연에서 "문건이 사무실에서 도난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는데 이때쯤 이미 이 차장 유출사실을
확인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부총재 진영은 문건파동이 터지면서 당 안팎으로부터 궁지에 몰린 상황이 됐다. 국민회의의 한 의원은 『평소
절친한 기자가 보낸 문건을 읽어보지도 않았다는 주장을 누가 믿겠느냐』고 말했고, 다른 당직자는 『이 부총재가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그래야 정권이 이 문제에서 휠씬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부총재와 여권은 사건 발생 직후부터 문건유출 경로를 짚어나가기 시작했다. 이 부총재가 26일 문일현
기자와의 통화에서 "다른 여권 관계자들에게도 문건을 전달했느냐"고 캐물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 부총재 진영은
이와 병행해 사무실 내부에서 문서가 나갔을 가능성도 되짚어 나갔다.

한가지 의문점은 이 부총재측 주장대로 단순 도난 사건이었다면 어떻게 이 차장을 용의자로 지목했느냐는 점이다. 이
부총재 진영은 이에 앞서 "문건에 대해 아는 외부인이 있느냐"는 질문에 "노 코멘트"라고 답변했었다.
/ 김창균기자 ck-k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