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서울 창성동 정부기록보존소에는 정부청사 출입증을
가슴에 단 각 부처 인사 담당 고위관계자들이 끊임없이 들락거리고 있
었다. 보존소 4층에서는 정부조직개혁심의위원회가 다음날 아침 공식
발표할 정부부처 직제개정 및 인력조정방안에 대해 최종 협의를 벌이
고 있는 중이었다. 보도진들은 1층 수위실에서부터 회의장 접근이 차
단됐지만 이들 부처 관계자들은 회의장 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는
유유히 계단을 올랐다.

정개위는 지난 1월 7일 정부측 안, 한국공공정책학회 안, 한국개발
연구소(KDI) 안 등 3개 시안을 토대로 정부조직개편 및 직제개편 작업
에 착수, 40일간의 작업을 거쳐 지난 18일 최종 방침을 발표했다. 중
앙부처 공무원의 인원을 3년간에 걸쳐 10.9% 감축하는 등 나름대로 성
과가 없지 않았으나, 그 결과는 일부 심의의원들에게조차 불만스런 것
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위원은 "최종 심의안이 당초 목표에 못미치
게 된 데는 국회 논의과정에서 여야의 정치적 논리가 작용한 탓도 있
지만, 정개위 심의과정에서 정부부처의 로비도 크게 작용했다"면서
"심의위원들의 학력 및 경력을 조사, 끈을 대고 접근해 오는 정부부처
의 집요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정개위는 당초 법무부-외무부 등 고위직급자가 과다하게
많다고 지적돼온 법무부-외무부 등에 대해 과감하게 직급하향 조치를
취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외무부 특1, 특2급 70명 중 12명을 줄였을 뿐
이다. 정개위의 김광웅 실행위원장은 "검사의 직급은 (정개위 소관사
항이아닌) 사법부의 판사직급과 함께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
단에 따라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미뤘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 과정
에서 검찰의 상당한 입김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창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