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강관협회 관계자들은 최근 주미 대사관에 항의를 전달했다.
『한국 정부가 철강가격을 인하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한미 철강
양해각서 위반』이라는 주장이었다. 대사관측이 『모르는 일』이라고 잡
아떼자, 강관협회 담당 변호사는 증빙자료를 보내왔다. 이 지난
9일 배포했던 20페이지 분량의 보도자료였다. 「경쟁력 10% 향상 캠페인」
의 실천 방안을 나열한 내용이었다.
보도자료속에는 「이 생산하는 핫 코일 가격을 8% 인하하겠
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작년 6월 미강관협회는 한국 철강업계를 301조
위반 혐의로 제소했었다.
이에따라 와 주미대사관은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했는
데, 그 속에는 「한국 정부는 철강 가격을 통제하지 않는다」는 귀절이 포
함돼 있다. 꼼짝없이 덜미를 잡힌 대사관측은 해명에 진땀을 흘리고 있
다.
지난 여름 대통령이 국민의 「과소비 풍조」를 우려하는 담화
를 발표했을 때, 미자동차제조협회는 곧장 로 달려갔다. 한국이
또 다시 「국산품 애용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90년대초 한국정부가 주도했던 「근검절약운동」이 음성적인
외제품 규제로 이어졌던 상황을 떠올렸던 것이다.
작년말 이후 미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틈나는 대로 「한국 자동차
증산계획」을 들먹이곤 한다. 이것 역시 한국정부의 국내 홍보성 정책
발표가 통상현안의 실마리가 된 경우다.
작년 10월 통산부는 「자동차 발전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는데, 그
요지는 「2005년까지 국내 자동차 연간 생산대수를 5백만대 규모로 확충한
다」는 것이었다. 국내 시장규모가 1백만대 남짓인 한국이 5백만대 생산
규모를 갖추겠다고 하니, 나머지 수백만대는 해외에 수출하겠다는 뜻이
된다.
각 기업별로 생산규모 확대를 조용히 추진하면 됐을 것을, 정부가
요란스럽게 광고를 함으로써 시비거리를 제공한 것이다. 국가 지도자
가 장미빛 구호를 외치고 관련 부처가 이를 뒷받침하는 수치계획을 허겁
지겁 내놓는 장면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그러나 새로운 국제무역질서는 「정부가 민간경제에 행사하는 이니
셔티브」를 불공정 무역관행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짝 홍보효과를 노리
는 정책 슬로건 때문에 통상마찰을 자초하는 어리석음은 이제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적어도 「발표내용이 통상현안과 맞물려 있지 않는가」를 살펴보는
기본 상식쯤은 갖추어야 한다. 『 가입으로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
다』고 주장하는 정부라면 더욱 그렇다. 【김창균·워싱턴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