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나눠주는 쌀을 배급받기 위해 나란히 줄을 선 핼쓱한
모습의 부녀자들」, 「홍수가 몰고 온 자갈들로 쑥밭이 돼버린 논과 밭」,
「한국의 50년대를 연상시키는 황량한 농촌 주택가」….
얼마전 서방의 민간 구호단체 관계자들은 워싱턴에서 「북한의 식
량사정」 관련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기아상태에 이른 북한의 식
량난을 설명하면서, 현지에서 촬영한 사진들을 일부 공개했다. 「주체
경제」가 방기해 버린 북한주민들은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제국주의자
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김정우 북한 대외경제위원회 부위원장은 요즘 세계 곳곳을 순회하
며 「나진-선봉 자유무역지대」 투자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은 가
는 곳마다 『나진-선봉에서 만큼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구별이 없다』
고 설파하고 있다.
대북 투자에 망설이고 있는 서방기업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몸부림
이다. 김은 최근 일본에서 『더 이상 한반도에서 전쟁 위협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반도 전쟁 위기를 우려하는 자본가들에게 「북조선
은 남침 의사를 포기했다」며 안심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난 28일 미언론에는 휴전선 부근 북한의 군사동향에 관한 의
비밀문서 하나가 공개됐다. 「북한이 휴전선 지역에 배치돼있던 구형
대포들을 자주포 및 다중 로켓발사 시스템등 신형 대포로 꾸준히 교체
작업중」이라는 내용이다. 미첩보위성이 최근 몇주간 촬영한 휴전선 인
근 사진들은 「1백22mm 다중 로켓 발사 시스템을 탑재한 20대의 트럭이
휴전선 북방 8km지점인 대정동 군사기지로 이동중인 모습」을 담고 있
다.
보고서는 이같은 정보를 바탕으로 「극심한 식량난에도 불구,
북한 당국자들은 휴전선 배치 포대의 현대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
다」고 결론내렸다.
오늘의 북한을 담은 2장의 사진. 한장에는 헐벗고 굶주린, 그래서
연민의 정을 불러일으키는 제3세계 국가의 모습이, 또 한장엔 광기서
린 표정으로 「서울 불바다」를 꿈꾸는 병영국가의 모습이 각각 담겨있
다.
북한은 요즘 『식량지원만 해준다면…』, 『경제제재만 풀어준다면…』
4자회담에도 응할 용의가 있다며 미국에 추파를 던지고 있다. 「야누스」
의 두 얼굴, 그 현란한 변신이 우리의 눈을 어지럽힌다.
【김창균·워싱턴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