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워싱턴의 봄은 한달이나 뒤늦게 찾아왔다. 수십년만의 한파가
4월초까지 기승을 부리다 지나간 자리에는 연분홍 벚꽃들이 만개해 있
다.지난주말 제퍼슨 기념관앞 연못가에는 가족단위로 몰려든 수만명의
상춘객들이 하루종일 북적거렸다. 「96년 벚꽃 여왕」이 앞장선 퍼레이
드가 워싱턴 광장을 지나가면서 올해의 벚꽃축제는 절정에 이르렀다.

이번 축제기간중 워싱턴의 벚꽃을 감상하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은 약 6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를
비롯한 이 지역 신문들은 적어도 한 두차례는 기모노를 곱게 차려입은
여성의 사진을 게재했었다. 그러나 이 축제가 84년전,당시 유키오
오자키 동경시장이 워싱턴시에 3천그루의 벚꽃을 선사했던 데서 유래
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워싱턴 시내 한복판 L가에는 사사카와 평화재단이 자리잡고 있다.
료이치 사사카와라는 백만장자가 사재를 털어 만든 이 재단은 워
싱턴시민들에게 의 고유문화를 무료로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재단은 현재 「품질관리: 에 뿌리를 두고 있는 미국 아이디어」
라는 프로그램을 준비중이다. 사사카와는 2차대전 당시 무솔리니를 존
경했던 암흑세계의거두 출신이다. 74년 는 사사카와를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파시스트」라고 소개했었다.

워싱턴 섬유박물관은 기모노 특별전시전을 갖고 있다. 의 전통
의상을 소개한다는 식의 고전적인 전시회가 아니다. 미국인 여성들의
취향에 맞게 개발된 새로운 개념의 기모노를 소개하는 동시에 「기모노
입는 법」, 「당신에게 어울리는 기모노 빛깔」등의 프로그램을 곁들이고
있다.

만화의 어 발음인 「망가」는 미국에서 이제 생소한 용어가 아니
다. 만화책방에서는 어디나 영어로 번역된 만화를 손쉽게 접할
수 있다. 비디오 대여점에도 만화 비디오코너는 따로 마련돼 있
다. 만화 캐릭터에 익숙해진 어린이들이 비슷한 디자인의 장
난감에 친숙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80년대 열병처럼 미대륙을 휩쓸던 「 패주기」는 이제 자취를 감
췄다. 태평양전쟁 직후 일왕은 미점령군 사령관앞에서 항복 문서를
썼지만,50년후 미대통령은 일총리에게 동북아 안보분담을 요청했다.일
본문화는 소리없이 미국인들의 삶 속을 파고 들고, 알지 못하는 새 피
어난 워싱턴의 벚꽃들은 미국의 수도 전체를 뒤덮고 있다.

【김창균·워싱턴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