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챙기지만 우유부단/힐러리는 참모불러 호통치는 야심가 "워
싱턴=김창균기자" 클린턴 미대통령의 측근중 한 사람인 조지 스테파노풀
로스 백악관 고문은 동료에게 이렇게 털어 놓았다. "클린턴 옆에 있으
면 만화경을 바라보는 기분이 든다. 어디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클린턴의
모습은 각양각색으로 변한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 다른
모습의 클린턴을 보고 있는 것이다." 다음주 출간예정인 의제=클
린턴 백악관의 내부 의 한 대목이다. 저자는 워터 게이트 사건을 파
헤쳐 닉슨 전 미대통령을 중도 하차시켰던 워싱턴 포스트지의 보브 우드
워드. 우드워드는 클린턴 부부를 비롯, 미 행정부를 움직이고 있는 2
백50여명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클린턴 행정부 출범후 지난 1년간 서
로 반목하는 대통령 참모진들이 어떻게 경제 정책을 수립하고 이끌어 왔
는가를 소개하고 있다. 그런만큼 이 책의 기본 줄기는 대통령의 인기
유지를 지상과제로 삼는 정치 참모진들과 재정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
제 자문팀간의 끝없는 적대관계다. 그러나 정작 일반인의 관심을 모으는
것은 이같은 갈등구조 속에서 드러나는 클린턴의 성격적 결함이다. 우
드워드는 클린턴의 비상한 머리와 지칠줄 모르는 정력에 후한 점수를 주
면서도, 그의 복잡하고 변덕스런 성격을 여기저기서 묘사하고 있다.
이 책에서 클린턴은 느닷없이 흥분하며 육두문자를 토해내곤 하는 다혈질
적인 사람으로 그려지고 있다.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유권자에게 실언을
한 하급참모들에게 "그 녀석 죽어버리라고 해. 채찍으로 두들겨 쫓아버
려"등 의 욕설을 퍼부어댔다는 것이다. 대통령 취임후에도 클린턴은 곧
잘 주변 참모들에게 고함을 질러대곤 하는데 주로 화풀이 대상이 되곤하
는 사람은 스테파노풀로스 백악관 고문이라고 우드워드는 적고 있다.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 또 다른 클린턴의 모습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
는 우유부단함이다. 지난해 행정부 예산안을 놓고 격렬한 내부 토론이
벌어졌을때 클린턴은 그야말로 끊임없이 회의만을 소집했다. 클린턴이 좀
처럼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어느 한쪽을 포기하는 결단에 약하기 때문
이라고 우드워드는 설명하고 있다. 중산층을 대변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도 기득권층의 비판도 피하고 싶어하는, 클린턴의 모든 유권자를 즐겁
게 하려는 심리상태가 결국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분석이다. 클린턴은 또 이 책에서 좀처럼 남에게 믿고 일을
맡기지 못하는 유형의 인간으로 묘사되고 있다. 시시콜콜한 문제까지
자기가 직접 챙기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성격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속에는 지난해 예산안이 가까스로 상하 양원을 통과한 뒤, 로이드 벤
슨 재무장관은 클린턴에게 "대통령은 숲을 가꾸는데 온 힘을 쏟아야지,
잔가지 치기까지 신경을 써서는 안된다"고 충고했다는 일화가 소개되고
있다. 이 책은 야심에 찬 퍼스트 레이디가 어떻게 백악관을 주무르
고 있는지도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다. 작년 7월 힐러리는 대통령의 경
제 정치 참모팀을 한 자리에 불러 모은 뒤 "대통령을 제대로 모시지
못한다"며 매섭게 질타했다. 참모진의 조직력과 기획력, 두가지 다 수
준 미달이라 백악관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힐러
리의 일장 연설이 끝나자, 배석 하고 있던 클린턴 역시 거의 같은
내용의 불만을 표시하며 참모진을 나무랐다고 이 책은 적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