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 지난 9일(현지시각) 이른 아침 미 몬태나주의 산골 마을 오반도에서 3㎞쯤 떨어진 닭장 부근에서 새벽의 적막을 뚫고 총성이 울렸습니다. 그와 동시에 400파운드(약 180㎏) 나가는 몸집의 수컷 회색곰 한마리가 쓰러졌습니다. 이 곰은 캠핑객 살해 사건의 유력 용의자입니다. 사건은 사흘전 발생했습니다. 산악지대가 많은 몬태나주는 미국 전역에서 곰 서식빈도가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입니다. 그만큼 때묻지 않은 대자연의 절경이 많고, 연중 캠핑객들이 방문이 끊이지 않습니다. 하이킹하던 도중에 곰과 마주치는 경우도 있고 민가 근처까지 출몰하기도 하죠. 그렇다고 하더라도 곰이 마을 어귀까지 내려와 인명을 살상하는 경우는 지금껏 이 마을에 없었던 일입니다.

회색곰이 이빨을 드러내며 위협하고 있다. 이 경우 단순히 겁을 주는게 아니라 살의(殺意)를 갖고 공격해올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alamy

산악자전거를 타고 야외 캠핑을 하던 일행 세 명이 인가가 멀지 않은 곳에서 텐트를 쳐놓고 곤히 잠들어있던 6일 새벽 3시쯤. 곰이 나타났습니다. 곰의 기척을 느낀 캠핑객들은 텐트에서 식량을 모조리 꺼내 치운 뒤 다시 텐트로 들어갔습니다. 통상 캠프장으로 출몰하는 곰이 노리는 것은 사람들이 싸온 식량이기에, 음식만 치워두면 괜찮을 거라 믿은 것이죠. 결과적으로 최악의 선택이 됐습니다. 주변을 떠나지 않고 있던 곰은 30분 뒤 다시 돌아왔고, 텐트에 들어가서 자고 있던 여성 캠핑객을 끌어냈습니다. 비명소리를 들은 옆 텐트 동료들이 베어스프레이(곰을 쫓아내는 분무제)를 뿌려봤지만 허사였습니다. 이 곰은 인근의 닭장까지 습격해 닭을 여러마리 잡아먹은 뒤에 사라졌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치안인력과 국립공원 순찰대, 야생동물 전문가들이 총동원됐고 야간 투시 장비까지 동원한 끝에 사흘 뒤 범행 지역에 출몰한 곰을 곧바로 사살했습니다. 회색곰은 미 연방정부 보호종입니다. 사람과 곰이 마주친 상황에 대한 정밀한 분석에 앞서 신속하게 사살한 것은 아마도 이 곰이 학습효과를 통해서 사람을 손쉬운 먹잇감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을 우려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사건은 최근 미국에서 격화하고 있는 인간과 곰의 충돌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자연환경 보존으로 야생동물 숫자가 늘어나고, 야외활동도 잦아지면서 최근 미국에선 곰과 사람의 조우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런 조우는, 경찰의 도움을 받아 어미 곰이 새끼곰을 데리고 길을 건너거나, 휴양지로 유명한 호숫가에 곰가족이 나타나 유유히 물놀이를 즐기는 등 흐뭇한 장면도 연출하지만.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습니다.

/미 국립공원관리청(NPS) Neal Herbert. 회색곰보다 상대적으로 작고 온순한 것으로 알려진 흑곰. 그러나 최근 식인 사건이 발생해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콜로라도주 듀랑고에서 밤에 반려견을 산책시키던 39세 여성이 곰의 습격으로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현지 보안관과 야생동물보호국은 현장을 추적해 어미와 새끼 두마리로 이뤄진 가족을 발견하고 이들을 모두 살처분했습니다. 부검결과 어미곰과 새끼곰의 뱃속에서 여성 시신의 일부가 발견됐다고 하니 살처분은 적절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에는 두 종류의 곰이 있습니다. 우선 캐나다와 접한 북부의 산간지대와 알래스카 지역에 주로 서식하는 회색곰이 있습니다. 사자와 호랑이를 파워면에서 압도하고도 남을 괴력의 맹수입니다. 산란장으로 돌아오는 연어를 포식하는 장면으로 유명하지만, 이들은 집채만한 덩치를 가진 말코손바닥사슴이나 와피티사슴까지 잡아먹습니다. 그래서 아주 드물지만 이들이 연루된 식인(食人) 사건도 일어납니다. 2005년 개봉된 다큐멘터리 영화 ‘그리즐리맨’은 알래스카에서 야생 회색곰 보호활동을 하는 티모시 트레드웰이라는 사람의 삶을 그렸는데, 이 사람이 연인과 함께 있다가 굶주린 늙은 암컷 곰의 습격을 받아 끔찍하게 생을 마감했으며, 그 당시 상황이 오디오 파일로 녹음됐다는 섬뜩한 내용이 간접적으로 그려집니다.

초식동물의 사체를 먹어치우고 있는 회색곰. /미 국립공원관리청(NPS) Jim Peaco

문제는 회색곰 뿐 아니라 흑곰까지 연루된 식인 사건도 벌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회색곰보다 훨씬 서식 분포가 넓은 흑곰은 회색곰보다 덩치도 작고 온순하며 나무 열매 등을 더 즐겨먹는 것으로 알려져 맹수로는 거의 인식이 되지 않았거든요. 코로나 대유행으로 한동안 발이 묶여있던 사람들의 여행수요 증가 등을 감안하면 야생동물호보당국에서는 여러 상황을 가정한 대책 마련에 골몰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결국은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 만일 불가피하게 벌어지더라도 최대한 충돌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 최선입니다. 우리나라 자연보호당국에서도 반달가슴곰이나 멧돼지와 마주쳤을 경우 대응 매뉴얼을 홍보하는 것처럼 미국도 곰과 마주쳤을 때 대응 매뉴얼이 있는데, 매우 구체적이고 또한 냉정합니다.

/미 국립공원관리청(NPS). Jim Peaco 삼림이 울창한 미국 숲에서는 곰과 마주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회색곰일 경우와 흑곰일 경우에 대한 대처법이 각각 다르다.

성난 곰과 마주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면 어떻게해야 할까요? 미 국립공원관리청(NPS)의 대응법은 이렇습니다. 곰이 얼굴과 귀를 쳐들고 앞발을 쿵쿵 대며 위협을 하지만 바로 달려들지 않고 옆으로 물러나 있거나 소리를 내며 위협할 때가 있습니다. 이 때는 정말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겁을 줘서 쫓아버리려는 심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뒷걸음치면서 머리위로 손을 흔들어서 나는 인간이고 너를 해칠 의도가 없음을 알려야합니다. 뒤돌아 도망가는 것은 금물입니다. 곰의 공격 본능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곰의 상황을 주시하면서 혹시나 정말 공격모드로 돌입하는 것은 아닌지 지켜봐야 합니다. 만일 상황이 더욱 좋지 않아 겁을 주어 쫓아버리려는 게 아니라 나를 해칠 생각으로 공격하는 것이라면요? 이 때 대응법은 흑곰일 때와 회색곰일때가 천양지차입니다.

야생에서 회색곰 보호활동을 하다가 결국 회색곰의 밥이 되고 마는 인간의 이야기를 그린 '그리즐리맨'. /아마존 홈페이지

곰이 쫓아오면 엎드려서 죽은체 한다는 전래동화 내용이 있지만, 이 방법은 흑곰에 대해서는 금물입니다. 우선 숨을 곳을 찾되 불가피하게 맞닥뜨리게 되면 주먹과 발로 얼굴을 집중 가격하고, 돌과 나뭇가지 등 주변의 모든 것들을 무기로 삼아 적극적으로 싸워야 합니다. 그런데 만일 훨씬 덩치가 크고 사나운 회색곰이라면요? 정반대로 우선 죽은체를 해야 합니다. 배를 땅바닥에다 대고 평평하게 엎드린 뒤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발은 양옆으로 벌립니다. 곰이 쉽게 몸을 뒤집지 못하게요. 배낭 등 짐이 있다면 방어용으로 몸위에 올려두는게 좋습니다. 곰의 낌새가 사라졌다고 해도 바로 일어나지 않고 몇 분 더 있다가 주변 상황이 완전히 정리된 것을 확인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곰은 사람을 피한다고 합니다. 사람과 마주치는 상황도 의도치 않게 발생해 곰이 먼저 놀라거나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하지만 최악중의 최악인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종류를 불문하고 곰이 인간을 먹잇감으로 정하고 쫓아오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도망가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라고 NPS는 권고합니다. 포식본능에 사로잡힌 굶주린 맹수를 스피드로 따돌리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형지물을 활용해서 대피하던지 아니면 강력히 저항해야한다고 조언하네요. 더 이상 인간과 곰의 불행한 조우 소식이 들려오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