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워싱턴 DC 한국전쟁 기념공원에 세워진 ‘추모의 벽’은 한미 동맹의 상징입니다. 잘 관리해 나가야죠. 동맹 관계처럼요.”

‘추모의 벽’ 건립을 주도한 미 한국전참전용사추모재단(KWVMF)의 리처드 딘(63) 부이사장은 25일 본지 인터뷰에서 “지난 7월 27일 건립된 추모의 벽은 미국 내 참전용사 기념시설 가운데 처음이자 유일하게 미 국적이 아닌 한국군 전사자의 이름이 새겨졌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미 육군 공병 대령 출신인 딘 부이사장은 추모의 벽 건립 기념과 보훈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대한민국 해양연맹(총재 최윤희 전 합참의장)의 초청으로 지난 23일 방한(訪韓)했다. 본지는 이날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딘 부이사장을 만났다.

리처드 딘 미 한국전참전용사추모재단 부이사장이 25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건물 벽면에 새겨진 6·25 참전 전사자 명단 중에 외할아버지 존 러셀 미 공군 대령의 이름을 찾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김지호 기자

딘 부이사장은 “추모의 벽이 건립된다고 했을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공병 출신으로서 나의 재능과 시간을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추모의 벽 건립팀과 디자인·설계 작업을 같이하고 공사가 진행되는 내내 거의 매일마다 현장에 나가 점검했다”고 말했다. 그는 추모의 벽이 세워진 한국전 기념공원의 유지와 관리 업무에서도 약 20년간 무보수로 일했다고 한다. 한국전 기념공원은 1993년 조성됐으며, 전사자 이름이 새겨진 추모의 벽은 29년이 지난 올해 세워진 것이다. 이 추모의 벽 건립을 위해 미 의회와 한국 국회·정부 등을 오가며 ‘로비’한 단체가 딘 부이사장이 속한 KWVMF이다. 그 노력으로 건립 예산 2420만 달러(당시 274억원)가 양국에서 모여 추모의 벽이 완공됐다. 검은 화강암 재질의 추모의 벽에는 미군 3만6634명과 한국군 카투사 7174명 등 총 4만3808명의 이름이 알파벳 순서에 따라 새겨졌다.

리처드 딘 미 한국전참전용사추모재단 부이사장이 25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경례를 하고 있다. 그는 워싱턴 D.C.의 한국전 기념공원이 처음 조성된 이후부터 추모의 벽이 완공될 때까지 20여년간 현장 공사를 무보수로 감독했다. /김지호 기자

딘 부이사장은 이날 인터뷰 도중 전쟁기념관 본관 밖으로 나가 건물 벽면에 새겨진 6·25 참전 전사자 명단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존 러셀 미 공군 대령, 그의 외할아버지였다. 그리고 그는 정복 차림으로 깍듯하게 경례를 했다. 딘 부이사장은 “할아버지는 1927년 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1950년 전쟁에 파병됐다가 실종됐다”고 말했다. 군 자료 등에 따르면, 그의 할아버지는 전쟁 중 포로로 붙잡힌 뒤 당시 소련 보안 당국에 넘겨져 10여 일간 고문을 받았으며 그 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아버지 리처드 딘 1세도 미 해군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미사일 구축함 USS 포터에 배치된 후 1951~1953년 한국 방어를 위해 싸웠다. 딘 부이사장은 외할아버지와 아버지가 6·25 참전 용사라는 인연을 계기로 한국전 추모 일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외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아들까지 3대가 한국과 한미 동맹을 위해 헌신한 것이다.

딘 부이사장의 이번 방한은 해양연맹과 장금상선 정태순 회장의 초청과 후원으로 이뤄졌다. 해군참모총장과 합참의장을 역임한 최윤희 해양연맹 총재는 “딘 부이사장과 같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알게 모르게 힘써준 이들이 없었다면 ‘추모의 벽’은 세워질 수 없었을 것”이라며 “젊은 세대가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참전용사들이 흘린 피와 땀, 희생과 헌신을 잊지 않고 계승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