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2018년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직후 북한 원전 건설과 관련한 문건들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4·27 회담 때 있었던 ‘도보다리 회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대화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도보다리 회담에서 북한 원전 건설 문제가 거론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청와대 자료 등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4·27 회담 때 김정은과 단둘이 도보다리를 걷고 다리 한쪽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 총 44분간 대화를 나눴다. 이 모습은 영상을 통해 공개됐다. 영상에서 두 정상의 음성은 묵음(默音) 처리됐다. 하지만 당시 언론이 전문가를 통해 두 정상의 입 모양을 분석한 결과, 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발전소 문제···”라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한 언론 질의에 문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구두(口頭)로 그것(발전소 문제)을 논의한 적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신경제 구상을 책자와 PT(프레젠테이션) 영상으로 만들어 (USB에 담아) 직접 김정은에게 건네줬다. 그 PT 영상 속에 발전소와 관련된 내용이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 회담 사흘 후인 그해 4월 3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남북 간에)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여건이 갖춰지길 기다려야 되는 것도 있다”고 했다. 또 “10·4 정상선언 이행과 남북 경협 추진을 위한 남북공동조사연구사업이 시작될 수 있길 고대한다”고도 했다.
산업부는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있은 지 며칠 뒤인 그해 5월 초·중순 북한 원전 관련 문건을 만들었다. 김정은은 도보다리 회담 수개월 뒤인 2019년 신년사에서 “조·수력과 풍력, 원자력 발전 능력을 조성해나가자”며 원전 관련 메시지를 냈다. 이에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원전 건설 지원 관련 제안을 했기 때문에 산업부가 후속 조치로서 대북 원전 지원 방안을 검토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