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9월 2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가 1일 추미애 법무장관을 잇따라 면담하면서 여권이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 장관의 동반 사퇴로 이번 사태를 이끌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정 총리는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앞두고 추 장관과 10여분간 따로 만났다. 정 총리와 추 장관은 정부서울청사 내 총리 집무실에서 만난 이후,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국무회의장에 도착하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됐다. 정 총리는 전날 윤 총장과 추 장관의 동반 사퇴를 주장했었고, 이에 야권에서는 “추 장관이 물러날 사안이지, 윤 총장이 그만둘 이유가 없다”며 반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독대를 마친 후 국무회의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오후에는 추 장관의 차량이 청와대로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한 언론이 보도했다. 그 직후 법무부는 “금일 법무부 장관은 국무회의 직후 청와대에 들어가 현 상황에 대해 대통령께 보고 드렸다”며 대통령과 추 장관의 만남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확인해 줄 내용이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추 장관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함구했다.

야권에서는 “이번 사태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등 ‘여론의 벽’에 부딛히자 여권이 출구 전략을 짠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권이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동반 사퇴로 상황을 몰아가고 있다”며 “하지만 윤 총장은 잘못이 없다. 추 장관과 동반 사퇴해야 할 이유도 없다”고 했다.

다른 야권 관계자도 “여권이 추 장관을 ‘사석’으로 삼아서 윤 총장을 몰아내려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당, 정, 청이 ‘동반사퇴’ 시나리오대로 치밀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0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여권 입장에서는 추 장관이 주도하는 ‘징계’를 앞둔 윤 총장에 대해 자진 사퇴를 유도하기도, 또 문 대통령이 해임하기도 어려워진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현재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징계위에 부친 상황에서 징계 여부가 결정되기 전에는 그의 자진 사퇴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문 대통령도 헌법과 관련 법률에 따라 임기가 보장된 윤 총장을 ‘징계’ 없이는 해임하기도 힘들다.

정치권 관계자는 “차라리 윤 총장과 갈등해온 추 장관이 ‘논개’가 되라는 식으로 동반 사퇴를 하는 시나리오를 여권이 짰을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야권에선 “물귀신 작전”, “셀프 토사구팽”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윤 총장에 대해 “한국의 트럼프” “대권 욕심에 눈이 멀었다”라며 공개적인 비판 발언을 이어갔다. 이들은 이번 사태에 반발하는 검찰을 향해 “하나회”라면서 “추 장관보다 윤 총장이 먼저 사퇴해야 한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