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가 1일 추미애 법무장관을 잇따라 면담하면서 여권이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 장관의 동반 사퇴로 이번 사태를 이끌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정 총리는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앞두고 추 장관과 10여분간 따로 만났다. 정 총리와 추 장관은 정부서울청사 내 총리 집무실에서 만난 이후,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국무회의장에 도착하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됐다. 정 총리는 전날 윤 총장과 추 장관의 동반 사퇴를 주장했었고, 이에 야권에서는 “추 장관이 물러날 사안이지, 윤 총장이 그만둘 이유가 없다”며 반발했다.
이날 오후에는 추 장관의 차량이 청와대로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한 언론이 보도했다. 그 직후 법무부는 “금일 법무부 장관은 국무회의 직후 청와대에 들어가 현 상황에 대해 대통령께 보고 드렸다”며 대통령과 추 장관의 만남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확인해 줄 내용이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추 장관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함구했다.
야권에서는 “이번 사태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등 ‘여론의 벽’에 부딛히자 여권이 출구 전략을 짠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권이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동반 사퇴로 상황을 몰아가고 있다”며 “하지만 윤 총장은 잘못이 없다. 추 장관과 동반 사퇴해야 할 이유도 없다”고 했다.
다른 야권 관계자도 “여권이 추 장관을 ‘사석’으로 삼아서 윤 총장을 몰아내려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당, 정, 청이 ‘동반사퇴’ 시나리오대로 치밀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여권 입장에서는 추 장관이 주도하는 ‘징계’를 앞둔 윤 총장에 대해 자진 사퇴를 유도하기도, 또 문 대통령이 해임하기도 어려워진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현재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징계위에 부친 상황에서 징계 여부가 결정되기 전에는 그의 자진 사퇴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문 대통령도 헌법과 관련 법률에 따라 임기가 보장된 윤 총장을 ‘징계’ 없이는 해임하기도 힘들다.
정치권 관계자는 “차라리 윤 총장과 갈등해온 추 장관이 ‘논개’가 되라는 식으로 동반 사퇴를 하는 시나리오를 여권이 짰을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야권에선 “물귀신 작전”, “셀프 토사구팽”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윤 총장에 대해 “한국의 트럼프” “대권 욕심에 눈이 멀었다”라며 공개적인 비판 발언을 이어갔다. 이들은 이번 사태에 반발하는 검찰을 향해 “하나회”라면서 “추 장관보다 윤 총장이 먼저 사퇴해야 한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