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30일 아파트를 ‘빵’에 비유하며 부동산 정책 실패 지적을 반박하자 야권에서 “마리 ‘빵’투아네트냐” “‘현미빵'투아네트냐”는 조롱이 쏟아졌다. ‘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김 장관의 ‘빵이라면 밤새 만들겠다’는 발언에 대해 “누가 정부더러 아파트를 직접 만들라고 했나, 정부는 건설업자가 아니다”라며 “정부는 아파트를 만드는 곳이 아니라 아파트정책을 만드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이덕훈 기자 야권 대선 후보로 꼽히는 유승민 전 의원.

유 전 의원은 “(부동산)정책들이 실패해서 미친 집값, 미친 전·월세 대란을 초래하고 내 집 마련의 사다리를 끊어놓았다”면서 “철저하게 무능한 이 정부가 아파트정책에 실패해놓고 이제 와서 정책실패는 인정하지 않고 죄 없는 아파트를 빵이 아니라고 탓하니 국민들 속을 또 뒤집어놓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파트가 하루 만에 지을 수 없다는 걸 이제 알았단 말인가”라고 했다.

이어 “이 정부의 아파트 정책은 입만 열면 ‘공공(公共)’이다”면서 “이 정부 사람들의 뇌 속에는 아파트는 공공이, 즉 정부가 만드는 거라고 입력이 되어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니까 마리 ‘빵’투아네트 같은 소리가 나오는 거다”고 했다. 야권 다른 인사는 김 장관을 “현미빵투아네트라고 불러야 한다”는 말도 했다. 일부 네티즌은 이와 관련한 각종 패러디물도 만들어냈다.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 김근식 교수도 “앙투아네트의 딴 나라 발언 시즌2”라며 “아파트 환상에서 벗어나라는 민주당 진선미 의원의 인식과 똑같다”고 김현미 장관을 비판했다. 그는 “결국 앙투아네트는 단두대의 비극적 결말을 맞았다”라고 했다.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2006)는 그녀를 비운의 왕비라기보다 당대 최고 패셔니스타로 해석한다. 그녀는 왕세자빈으로 파리에 온 뒤 발 마사지를 받는 등 향락에 빠진다(①). 영화를 지배하는 화려한 색감은 마카롱(③번 사진 왼쪽 노란 과자)을 비롯한 파티 음식들(②·③)로 대표된다. 황제이던 루이 16세마저도 어수룩하고 착하게 묘사될 뿐이다(④). 마리 앙투아네트는 비극적 최후를 맞지만, 영화 속 왕비는 성문 밖으로 쫓겨나는 결말로 마무리된다.

김 장관의 발언은 이날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아파트 매물 부족으로 전세 문제가 생겼는데 1~2인 가구 중심의 대책을 내놨다”고 지적하자 “아파트가 빵이라면 제가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며 “아파트는 공사 기간이 많이 걸려 당장 마련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 장관은 이어 “5년 전 인허가 물량 감소로 2021~2022년 아파트 공급 물량이 줄 수밖에 없다”며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세대나 빌라 등을 좋은 품질로 공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최근까지 국회와 방송 등에서 “주택 공급은 부족하지 않고, 공급시스템 부실이 문제”라고 해왔다. 김 장관 발언에 이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그럴 줄 알면서 재건축·재개발은 왜 틀어막았나” “왜 꼭 정부가 빵을 만들어야 하나” “주택 공급은 부족하지 않다더니 아파트는 주택이 아니라는 거냐” 등의 반응이 나왔다.

진선미의원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강동구의 한 아파트

최근 민주당 이낙연 대표, 진선미 의원 등 여권 인사들은 ‘호텔방 전세 전환’ ‘빌라도 아파트와 똑같다’ 등 발언으로 “‘빵(아파트)이 없으면 케이크(빌라)를 먹으라'던 마리 앙투아네트와 뭐가 다르냐”는 비판을 받았다.

29일 KB국민은행 발표에 따르면, 11월(16일 조사 기준) 서울 주택(아파트·단독·연립) 전셋값은 한 달 전보다 2.39% 올랐다. 10월(1.35%)보다 상승률이 1%포인트 이상 커지면서 2002년 3월(2.96%) 이후 18년 8개월 만에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수도권 전셋값 상승률 역시 2.13%로 2002년 3월(2.67%) 이후 최고였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정책에도 주택시장 불안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임대차법 개정 이후 전세 매물 감소의 부작용이 심해지면서 11월 서울 전셋값이 18년 만에 최고(最高)로 치솟았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