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골, 원래는 축구나 하키에서 나온 말이다. ‘자살골’이란 무엇인가. 어떤 선수가 자기 편 골대에 공을 넣는 것을 말한다. 이 세상에 어떤 선수도 잠시 미치지 않은 이상 자기 편 골대에 일부러 공을 차 넣지는 않는다. 상대편 공격수의 공을 막아내려다 실수로 내 머리나 다리에 맞아 내 편 골대에 공이 들어가는 것이다. 남미에서 자살골을 넣은 선수가 피살되는 사건이 있은 후로 자살골이란 말은 거의 사문화되었고, 지금은 ‘자책골’이라고 순화해서 부른다.

‘추미애 자살골’, 혹은 ‘추미애의 제 눈 찌르기’란 말이 요즘 등장했다. 첫째 사례는 이른바 검찰의 특활비에 대한 감찰 지시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지난 5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서 이렇게 말했다. “대검에서 올해 특활비를 94억원을 일괄 수령해 임의로 집행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특활비를 주머닛돈처럼 사용한다.” “서울중앙지검에는 특활비가 지급되지 않아 애로가 있다고 한다.”

‘특수활동비, 특활비’란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그밖에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말한다. 이와 관련 추 장관 발언의 핵심은 이것이다. 추 장관은 검찰의 특활비를 윤석열 총장이 “주머닛돈”처럼 제멋대로 사용하다고 있다고 봤다. 그리고 친정부 성향의 검사요, 추 장관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불이익을 봤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제 여야 의원들이 법무부와 대검 특활비를 검증해보니 다음과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2018년부터 올해 10월까지 2년10개월치 특수활동비 집행 현황을 조사했는데, 서울중앙지검에 내려 보낸 특활비는 전체 특활비 중에 2018년 16.6%, 2019년 18.6%, 올 들어 10월 현재까지 14.4%에 이르고 있다. 추 장관이 언급한 내용과 전혀 다르게 나타난 것이다.

또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대검찰청에 매년 배정되는 특활비 예산 중 일부가 법무부 검찰국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의 인사나 예산을 담당하는 검찰국은 수사나 첩보 활동과는 무관한 곳이기 때문에 특활비가 본래 용도와는 다르게 편법 사용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2017년 검찰국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이 연루된 회식 자리의 ‘돈봉투 사건’에서 보듯 법무부의 “쌈짓돈”처럼 사용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의 특활비를 “주머닛돈”이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추 장관의 특활비가 오히려 “쌈짓돈”이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추 장관이 장관으로 임명된 올해 1월부터 최근까지 법무부 검찰국에 12차례에 걸쳐 검찰 특활비 10억3000만원이 지급됐는데, 그중 일부 날짜를 보면 1월20일 1억원, 8월 두 차례 1억5000만원, 11월2일 3000만원 등이다.

추미애 장관은 무슨 대단한 비위 사실을 감찰하려 드는 것처럼 칼을 뽑았으나 알고 보니 ‘이성윤의 서울중앙지검’에도 정상적으로 특활비가 배분되고 있었고, 오히려 추 장관의 발밑을 허물 듯이 법무부 검찰국으로 올해만 10억 넘는 돈이 들어간 것이 밝혀진 셈이다. 윤석열 총장은 대검 간부들에게 “대검 특활비 1원까지 공개해 철저히 검증받아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대검 특활비는 운영지원과(課) 계장이 관리하고 수사비 형태로 분배되는데, 돈을 송금하면 계좌 이체 내역도 남고, 팩스로 지급 확인서까지 받아 파일 철로 만들어 보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법조계와 야당은 검찰 특활비 논란을 계기로 청와대 특활비 181억원, 국정원 특활비 7055억원도 검증하자고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상황이 됐다. 추 장관이 혹을 떼려다 혹을 붙인 결과를 빚었고, 정부 여당마저 매우 곤혹스러운 처지가 되고 말았기 때문에 추 장관에게 원망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추 장관의 ‘특활비 감찰 지시’를 놓고 신문마다 “추미애의 헛발질”, 혹은 “추미애의 제 눈 찌르기”, 그리고 추미애의 “자살골 제2호”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추미애의 “자살골 2호”라고 부르는 것일까. 그렇다. 바로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이 세상이 알려지게 된 연원을 따져 올라가보면 거기에 추미애 장관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6일 서울고법 형사2부는 김경수 경남지사의 대선 여론조작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김경수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댓글 공작을 사실상 주도하면서 2017년 치러진 대선 여론을 문재인 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작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드루킹 사건’은 어떻게 세상에 알려지게 됐을까. 2018년 1월 평창동계올림픽 직전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추진과 관련해 일부 세력이 댓글로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러자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추미애 법무장관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이들의 범행이 드러났다. 한 네티즌이 “네이버 추천 올라가는 속도가 비정상적이다”라며 기사에 달린 댓글 공감수가 올라가는 모습을 촬영한 2분 28초 분량의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최종 공감수 4만여 건을 기록한 이 댓글에 “1초에 5건씩 ‘공감’이 클릭됐다” “조작이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친여 성향 방송인 김어준씨도 ‘네이버 댓글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김씨는 추미애 대표의 수사 의뢰 한 달 전부터 자신이 출연하는 방송에서 “지령 내리는 특정 프로그램으로 알바하는 댓글 부대가 있다”며 “매크로로 댓글 조작, 누가 시켰는지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그후 경찰이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사무실을 압수 수색하고 관계자를 긴급 체포했는데 이들은 민주당 권리당원으로 드러났다.

이후 김경수 경남지사의 경공모 사무실 방문 같은 공모 정황이 드러나는 등 여권의 조직적인 개입 가능성이 거론됐고, 2018년 6월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꾸려졌다. 특검은 “김 지사는 드루킹의 공범”이라고 결론을 내렸고 그를 포털 여론 업무방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하고 댓글 작업 결과를 보고받는 등 댓글 조작에 관여한 공범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결론을 요약해서 말씀 드리자면, 김어준 씨의 의혹 제기, 그리고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수사 의뢰가 없었다면, 드로킹 사건은 그대로 묻혀버렸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드루킹 사건을 김어준 씨가 도와준 추미애의 “제1호 자살골”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여기서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앞으로 추미애의 세 번째 자살골도 있을까.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자살골을 세 번 넣으면, 그것도 ‘해트트릭’이라고 불러줘야 할까. 추미애 장관이 일부러 자살골을 넣었을까. 추 장관은 댓글 수사 의뢰, 특활비 감찰 지시, 이런 것들이 자살골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몰랐을까.

추미애 장관의 셈법은 무엇일까. 서울시장 후보가 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각오인 것일까. 최소한 차기 총리로 낙점 받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일까. 아니면 추미애 장관은 그냥 억울한 것일까. 자기 자식이 ‘황제 휴가’ 혐의를 벗은 것도 대통령과 친문 지지층 덕분이라고 보고, 그에 대한 보답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추 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을 재수사해달라는 야당의 항고장이 검찰에 접수됐는데, 이 사건이 서울동부지검에서 서울고검으로 옮아갈 경우 정권으로부터 또 한 번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추미애 장관의 뒤에서 이런 일을 지휘하고 있는 설계자가 있다면 그는 누구일까.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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