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시 수감됐다. 뇌물 횡령 혐의로 징역 17년형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16년을 더 살아야 한다. 지금 79세이기 때문에 만기 출소를 한다면 95세에 나오게 된다. 그는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000만원도 내야 한다. 합하면 187억8000만원이다. 대법원은 이 전 대통령이 자동차 의자를 만드는 회사 다스의 실소유주라고 본 원심 판결, 비자금 350억원을 횡령했다는 혐의, 삼성그룹에서 변호사비 등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이런 혐의를 모두 부인해오던 이 전 대통령은 “나를 구속할 수는 있어도 진실을 가둘 수는 없다”는 말을 남기고 서울동부구치소로 들어갔다. 화장실을 포함해 약 4평 크기의 독방에 수감됐다. 어제 저녁 식사로는 두부버섯국과 꽁치김치조림이 나왔다고 한다.

#2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수감되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한풀이를 이제야 마무리 지었다면서 청와대에 걸려 있는 노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바라보고 회한에 잠겼을까. 문 대통령이 쓴 책 ‘문재인의 운명’을 보면 이런 챕터의 소제목들이 잇달아 나온다. ‘정치보복의 먹구름’, ‘비극의 시작’, ‘치욕의 날’, ‘상주 문재인’.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이명박 정부의 “정치적 보복”이라고 봤다. 이런 정황을 잘 알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작년 1월17일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인에 대한 수사가) 보수를 궤멸시키기 위한 정치 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규정했다. 그러자 다음 날 문 대통령은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이 전 대통령에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는 매우 이례적이고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부었다.

#3 훗날 역사는 어떻게 기록할까. ‘MB’가 ‘노무현’에게 정치 보복했다고 볼까, 아니면 ‘문재인’이 ‘MB’에게 보복했다고 볼까. 박근혜 전 대통령은 22년형이 확정되어 지금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독거실은 이명박 전 대통령보다 약간 작다. 2017년10월 박 전 대통령도 자신에 대한 재판을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이라고 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횡령 혐의를 확정했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족들이 고 박연차 회장에게서 640만 달러를 받았다는 뇌물 혐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 모든 것들이 “정치 보복의 악순환”이었을 뿐이라고 간단하게 요약해버릴 수 있는 것일까. 나중에 누군가에 의해 시시비비는 정확하게 가려져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삼엄하게 다가올 역사의 심판을 문재인 대통령은 어떻게 맞이하게 될까. 그는 우리나라 헌정 사상 전직 대통령 두 명을 가장 오랫동안 감옥에 가둬두었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란 점에 아무 두려움이나 부담이 없는 것일까. 정말 그런 것인가.

#4 요즘 문재인 대통령의 특징은 한마디로 “입이 없는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왜 문 대통령을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규정했던 시기를 지나서 이제는 ‘입이 없는 대통령’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일까. 우선 어제 있었던 일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권리당원 80만명 중 21만1804명이 참여한 전(全) 당원 투표에서 18만3509명의 찬성표를 받아 내년 4월7일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투표율 26.4%, 찬성율 86.4%다. 여기서 권리당원이란 일반당원과는 달리 정기적으로 당비를 내는 사람, 즉 돈을 내는 후원당원을 뜻한다. 그런데 ‘투표율 26.4%’가 문제가 됐다. 민주당 당규 제2호 ‘당원 및 당비규정’에는 전 당원 투표의 유효투표율을 ‘전 당원 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투표’로 규정하고 있다. 당규에 어긋난 발표를 한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의결 절차가 아니라 단순 의견 수렴일 뿐이라고 발뺌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게 관심이 아니라 문 대통령의 입장이 왜 없는가 하는 점을 묻고 싶은 것이다.

#5 문 대통령은 이렇게 집권당이 손바닥을 뒤집듯 당헌 당규를 바꿔버린 것에 대해 국민들에게 해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 2015년2월 문희상 비대위원장 체제에서 치러진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에서 문재인 대표가 선출됐는데, 문재인 대표는 그해 5월 외부 인사를 영입해서 혁신위원회를 꾸렸다. 혁신위원장에는 안철수, 조국 등 두 사람이 물망에 올랐으나 최종적으로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에게 최종 낙점됐다. 그때 문재인 대표는 “혁신안이 부결되면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결의로 혁신안을 통과시켰고, 그에 따라 마련된 당헌의 핵심 내용 중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궐 선거를 치를 때는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문 대통령은 대표직까지 걸면서 ‘보궐선거 무공천’을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장본인이다.

#6 자,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는 박원순·오거돈 두 사람의 성범죄가 밝혀져 치르는 것이다. 그것은 민주당 당헌이 규정한 “중대한 잘못”에 해당한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민주당은 그 당헌 조항을 50%를 바꾸거나, 70%를 바꾸거나 하는 게 아니라 100% 정면으로 뒤집어버리는 당헌 개정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마치 꿀 먹은 곰처럼 아무 말이 없다. 본인이 정치 발전의 출발점이라고 자화자찬했던 대국민 약속을 민주당이 뒤집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자신이 대표직까지 걸면서 만든 당헌이 쓰레기통에 들어가는데 입장 표명이 없다.

#7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그렇습니다. 문 대통령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보는 것은 아니다. “살아있는 권력까지도 엄정 수사하라”며 임명장을 주었던 윤석열 검찰총장, 그리고 검찰 개혁을 맡기며 임명장을 준 추미애 법무장관이 전 국민에게 걱정을 끼치며 막장 드라마처럼 충돌하고 있는데도 문 대통령은 아무 말이 없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했지만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에 대해서도 아무 말이 없다. ’30년 지기'라는 문 대통령 친구를 울산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청와대가 나서서 선거 공작을 벌였고 대통령 측근을 포함해서 13명이 기소된 사건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아무 말이 없다. 무슨 이벤트가 벌어진 곳에 가서는 기업 회장을 끌어안기도 하고 발언도 하는 것 같기는 한데, 정작 국민들이 듣고 싶은 말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부터 문 대통령을 “입이 없는 대통령”으로 부르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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