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섭 법제처장의 처가가 수백억원대 주택 개발·분양 실적이 있는 부동산 업체를 ‘가족 기업’ 형태로 운영해왔으며, 이 처장과 아내, 딸이 이 업체의 지분을 보유중인 것으로 9일 나타났다. 이 처장의 장인이 이 처장 아내에게 상가 등 다수의 부동산을 증여했는데, 이 처장 처가가 직접 부동산 개발 사업도 해온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청와대가 임명 당시 ‘1주택자’라고 홍보한 이 처장 측은 “아내가 장인의 개인 재산을 증여받은 것일 뿐, 투기와 전혀 관계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사실상 처가의 ‘부동산 기업’을 통해 불린 재산을 증여받은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9일 국민의힘 김도읍, 조수진 의원실이 확보한 부동산 등기부등본과 법인 감사보고서들에 따르면, 이 처장의 장인 한모(84)씨는 주택 건설 및 분양, 임대업을 하는 H사와 그 관계사인 D업체 대표이사를 맡고 있고 J부동산 중개법인도 운영중이다. 이 처장 아내(51)는 이들 업체의 감사, 이사로 등재돼 있고 다른 처가 친척들도 이사 등을 맡고 있다.
특히 이 처장 본인도 H사의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재산공개 결과 나타났다. 이 처장은 H사 지분 8.53%를 보유중이며, 아내(9.15%), 딸(1.83%)도 H사 지분을 갖고 있다. 이 처장은 H사 지분을 최소 1999년부터 20년 이상 보유해온 것으로 나온다.
또 이 처장 아내는 H사에 더해 D, J 업체 지분도 보유 중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이들 3곳의 업체는 이 처장 처가가 운영하는 전형적인 가족 기업의 형태로 보인다”고 했다. 김도읍 의원실에 따르면, D업체의 포털 상 주소는 J업체의 등기 주소와 동일하다. 김 의원 측은 “두 업체의 일부 주소가 겹치는 등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활발히 사업을 벌이는 것은 H사로 알려졌다. 1994년부터 주택건설, 분양업을 해온 H사는 충남 천안에서 200억원대 분양 사업을 하기도 했다. 현재 H사는 경기도 성남시 신흥동의 한 1층 짜리 상가 건물에 입주해 있는데, 2곳의 다른 상가와 같은 주소를 쓰면서 분리된 사무실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사무실에 직원이 항상 상주하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이 처장 측은 아내 명의의 다수의 상가 등이 문제가 되자 “이 처장이 1주택자”라며 “아내는 장인의 개인 재산을 증여받은 것일 뿐”이라고 했다. 문제는 이 처장의 아내가 증여받은 건물들이 처가 쪽 가족 기업들의 사업과 일부 겹친다는 것이다. 이 처장 아내는 H사의 소재지인 동시에, D업체가 H사와 공동 주택 개발을 추진중인 경기도 성남시 신흥동 인근에도 상가를 보유하고 있다. 또 현재 이 처장의 아내가 소유한 서울 역삼동 상가의 동일 건물 내에는 한 때 H사가 소유했다가 처가 쪽 다른 친척에게 소유권이 넘어간 상가도 입주해 있다.
이에 조수진 의원 측은 “이 처장과 아내, 딸이 ‘부동산 가족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이 기업은 부동산 개발업을 통해 성장했다”며 ”이 처장 아내가 물려받은 부동산이 장인이 벌이는 부동산 사업과 전혀 무관하다고 보기 힘들다”고 했다. 야당 관계자는 “이 처장이나 처가 측의 위법 사실이 명확하게 발견된 바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청와대가 임명 당시 ‘1주택자’라고 홍보하는 등 이 정권의 인사 검증 과정과 ‘내로남불’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법제처는 “이 처장 가족은 H사 소유 부동산을 매수하거나 증여받은 사실이 없다”고 했다. 법제처는 “이 처장 배우자가 소유한 부동산은 이 처장 장인의 ‘개인 재산’을 증여받은 것이므로 H사를 부동산 투자 수단으로 적극 활용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