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제9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51일(13일 기준) 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대통령 임기 전반기에 치러진 지방선거는 여당이 승리한 경우가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2년 차에 치러진 2018년 제7회 지방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이 광역자치단체장 17자리 중 14자리를 차지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한 달도 안 돼 치러진 2022년 제8회 지방선거는 여당이 된 국민의힘이 광역단체장 선거 12곳에서 승리하며 우세를 보였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1년 만에 치러지는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여당인 민주당이 우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2018년 지방선거를 넘어서는 초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 견제론 < 국힘 심판론”
본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전문가 10명을 인터뷰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이번 지방선거는 운동장이 워낙 기울어져 있다”며 “새 정부에 대한 견제보다 ‘내란 세력’을 심판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선거 구도가 국민의힘에 대한 심판으로 흐르고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국민의힘이 자중지란에 빠져 있고, 이재명 대통령 집권 1년 만에 치러지는 첫 전국 단위 선거인 만큼 여당인 민주당에 유리한 선거 구도란 것이다.
정치 평론가 박상병씨는 “빨간색이 상징색인 국민의힘 후보들이 흰색 옷을 입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며 “민심이 국민의힘에서 돌아선 징후가 적잖다”고 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민주당이 사법 3법을 밀어붙이는 등 오만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국민의힘 모습이 국민을 더 뿔나게 하고 있다”고 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하면 국민의힘의 견제 역량이 약화하면서 민주당이 자제·절제해주길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했다.
◇“첫 민주당 대구시장 나올지 관심”
전문가 10명은 이번 지방선거 최대 관심사로 대구시장 선거를 꼽았다. 국민의힘이 대구시장직을 지킬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 대구는 민주당이 광역단체장 17자리 중 14자리를 차지한 2018년 지방선거 때도 국민의힘 권영진(현 국민의힘 의원) 시장이 재선에 성공한 곳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앞두고는 국민의힘이 공천 내홍을 겪고 있다. 민주당 후보도 20대 국회 때 대구 수성갑 의원을 지낸 김부겸 전 국무총리다.
이종훈 명지대 연구교수는 “1987년 민주화 이후 민주당이 처음으로 대구시장 선거에서 승리하면 지역주의의 붕괴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신율 교수는 “대구는 ‘보수의 심장’인데, 만약 국민의힘이 진다면 보수 진영으로선 심장을 찔리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했다.
부산시장 선거도 정치권에선 주목한다. 한국지방정치학회장을 지낸 박재욱 신라대 교수는 “현재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전재수 후보가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를 10%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지만 정당 지지율 격차는 오차 범위 이내”라며 “부산시장 선거는 끝까지 가봐야 결과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오거돈 전 시장이 당선된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에 부산에서 승리한다면 부산은 국민의힘 강세 지역에서 ‘스윙 보터(부동층)’ 지역으로 넘어갔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정책 경쟁 실종된 중앙 정치 대리전”
지방선거는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다. 그러나 최영진 중앙대 교수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중앙 정치 바람이 너무 거세 지역 이슈·정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번 선거가 ‘정책이 사라진 선거’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실제로 대구·경북, 부산·경남, 대전·충남에서 행정 통합 이슈가 거론되지만 선거 결과를 좌우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였다. 차재원 교수는 “2002년 서울시장 선거 때 이명박 후보가 내세운 청계천 복원, 버스 중앙차로 같은 정책이 나와도 유권자들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을 상황”이라고 했다. 차재권 부경대 교수는 “심각한 ‘지방 소멸’ 문제도 부각이 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종훈 교수는 “이번 선거는 사실상 이 대통령이 주도하는 ‘이재명 선거’로 보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정부·여당의 독주가 가속화할 것이라 예상하면서 우려도 나타냈다. 김만흠 전 국회입법조사처장은 “민주당이 입법부와 행정부를 장악한 데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기면 ‘1당 패권 체제’가 등장할 것”이라고 했다. 박상병씨는 “이번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이재명 정부는 민주화 이후 가장 강력한 정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차재원 교수는 “진보 성향 유권자를 핵심 지지층으로 삼아온 민주당이 중도·보수층까지 파고 들어 향후 보수 진영이 소멸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고 했다.
◇남은 변수는 ‘민생 경제’
전문가들은 51일 남은 지방선거 구도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중동발 유가 상승으로 인한 민생 경제 악화를 가장 많이 꼽았다. 신율 교수는 “중동 전쟁 악재 때문에 인플레이션과 가계 부채 증가 등 민생 경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했다. 박상병씨는 “20·30대의 관심은 부동산과 주식에 쏠려 있다”며 “이들의 지지는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는 남은 기간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 심리가 얼마나 작동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서울, 영남 등은 선거전 막판 박빙 구도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시장 선거는 전재수 후보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이 유권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