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5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이덕훈 기자

‘친윤 핵심’ 장제원(57)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2월 11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해 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로 여당의 총선 위기감이 극에 달했고, 이후 출범한 ‘인요한 혁신위’는 ‘대통령 측근’의 희생을 압박하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근 국민의힘 공천 결과 친윤계가 대부분 공천받았다. 정치권에선 “장제원만 억울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장 의원은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 인터뷰에서 “후회하거나 억울하다고 생각한 적 없다”고 했다. 그는 “내 불출마로 부족하게나마 분위기는 반전됐지만 남은 30여 일간 총선 민심이 서너 번은 출렁거릴 것”이라며 “자만해서도 안 되고 패배감에 빠져도 안 된다”고 했다.

-불출마 선언 후 어떻게 지냈나.

“16년 정치 인생을 돌아보게 됐다. 집사람이 출판기념회로 후원금 모으는 게 보기 싫다고 해서 정치 입문하고 책을 안 썼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역사학자와 달리 내가 기록할 부분도 있더라. 나 중심의 무용담이 아니라 정치적 사건들을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 정치 입문했을 때 미국산 소고기 촛불 집회가 있었고, 한미 FTA, 용산 사태, 4대 강 사업, 탄핵과 윤 정부 탄생까지 주요한 사건을 겪었다. 보수 세력이 재평가받을 대목도 많다.”

당선인 비서실장 때부터 희생 각오

-언제 불출마를 결심했나.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 맡을 때부터 각오는 했다. 강서구청장 선거 이후 당이 흔들리고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로 부산 민심이 요동쳤다.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29표가 나오자 ‘부산 시민을 기만한 것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오더라. 판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남은 건 총선에서 질서 있게 지는 것밖에 없겠더라. 총선에서 패배하면 윤석열 정부가 식물 정부가 되고 장제원이 4선을 한들 식물 국회의원이 되지 않았겠나. 그 책임론에서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있겠나.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 최선이었다.”

-불출마 발표 5일 전 부산을 방문한 대통령과 만났는데, 그때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닌가.

“아버지 기일(작년 12월 6일)에 부산 산소에 가서 마지막 고민을 했다. 그날 대통령이 행사 때문에 부산에 오셨다. ‘무슨 메시지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하는데 많은 사람 앞에서 대통령께서 메시지를 준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불출마 선언을 한 작년 12월 11일에) 더 이상 당을 이렇게 방치해선 안 되겠다고 결심했다. 오후 6시까지 지역구 일정을 마치고 서울행 비행기 타기 전에 ‘보고 싶은 아버지, 이제 잠시 멈추려 합니다’는 메시지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산악회 행사 세 과시? 석 달 전 준비

-혁신위가 ‘희생’을 요구할 때 버스 92대 대절하고 4200명이 참석한 지역구 산악회 행사에 참석했다. 부적절한 ‘세 과시’ 아닌가.

“내가 어떤 결정을 하든 당과 정부를 위해 할 일을 찾을 텐데, (외부에서) 압박하고 사냥해서 그 피로 국면 전환을 하겠다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당을 위해서 희생할 용의는 있지만 그냥 ‘수도권으로 가라’는 얘기는 수용할 수 없었다. 다만 산악회 행사는 석 달 전부터 준비해 온 것인데 세몰이했다는 건 과장된 평가다.”

-혁신위나 여권 누구에게서 수도권 출마 요청을 받은 적 없나.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비롯해 누구에게서 연락받은 적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 하락 등에 대해 윤석열 정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분이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

“책임은 져야 한다. 다만 그 방법에 있어서 그런 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장 의원을 비롯한 친윤 핵심 의원들을 불러 희생할 의사를 물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오보다. 사실이 아니다.”

-친윤 핵심 의원들 대부분이 공천받았다. ’장제원만 억울하다’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내린 결정을 억울하게 생각하면 너무 비참하지 않겠나. 만약 나마저 희생 안 했다면 당 쇄신에 대해 궁색하게나마 할 이야기조차 없지 않았겠나. 윤석열 정부가 총선 후 3년이 남았는데 총선 패배로 아무것도 못 한다면 그 절망을 어찌 감당하나. 억울하단 생각도 없다. 지금 와서 ‘너무 섣부른 거 아니었나’ ‘억울하지 않으냐’고 이야기할 순 있겠지만 작년 12월 우리 당은 너무 큰 위기에 봉착해 있었다. 사람들은 너무 빨리 잊는 것 같다.”

불출마,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 최선

-너무 늦게 내려놨다는 평가도 있다.

“그런 평가를 하기에 앞서 난 대선 국면부터 지금까지 총 4번의 백의종군을 했다. 대선 선대위 때 비서실장에 내정됐지만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반대하셔서 선대위에서 아무 직책을 맡지 않았다. 인수위 끝나고 정부 요직이나 대통령실 들어가는 문제에 대해서도 나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세 번째로 김기현 대표 체제가 들어서고 사무총장을 하고 싶었다.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이번 총선을 반드시 승리해 보겠단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대표께 부담이 될 수 있겠단 생각에 포기했다. 그런 점에서 불출마 선언은 4번째 백의종군이다. (대통령의 남은 임기인) 3년이라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내 불출마가 조금이라도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된다면 그간의 과정이 결코 헛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국민의힘 공천을 평가한다면.

“총선 참패 분위기에서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를 만들어 왔다면 잘한 것 아니겠나. 검사 공천, 용산 공천 같은 프레임에 걸리지 않은 것도 선방했다고 본다. 좀 더 많은 중진이 희생하고 내려놨으면 극적일 수는 있다. 다만 그렇게 하면 국회가 점점 왜소화된다. 그리고 대통령과 가깝다는 이유로 자꾸만 쳐내면 누가 정권을 위해 일하겠나. 상징적으로 저의 희생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총선에서 낙동강 벨트를 포함해 부산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부산 분위기는.

“상실감이 기대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 대통령께서 다녀가시고 글로벌 허브 도시 조성 특별법을 만들어 지원하겠다고 했다. 산업은행 이전, 가덕도 신공항 2030년 완공처럼 부산에 대해 명확한 목표를 갖고 지원해 주겠다는 정부가 역대 또 있었나.”

한 명의 말 실수로 판 흔들릴 수 있어

-총선은 어떻게 전망하나.

“16년 동안 크고 작은 선거판을 경험해 봤는데 결론은 예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민심은 진영으로 확연히 갈린다. 무소속 출마했을 때 내 지지율이 60%로 시작해서 선거 직전엔 30%대로 끝났다. 그만큼 예측이 어렵다. 총선까지 30여 일이면 (민심은) 서너 번 바뀐다. 자만해서도 안 되고 패배감에 빠져도 안 된다. 후보 한 명의 말실수 한 번이 전체 판을 흔들 수도 있다. 정말 절박한 마음으로 국민에게 호소해야 한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어떻게 평가하나.

“총선 관리라는 특임을 맡고 비대위원장이 되셨기 때문에 지금 평가하는 건 이르다. 저처럼 불출마한 사람, 공천받아서 후보가 된 사람, 또 한 비대위원장과 당 지도부 전체가 절박한 마음으로 뛴다는 생각만 할 때다.”

-앞으로 계획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총선에서 지면 장제원의 정치적 인생도 없다는 생각뿐이다.”

☞장제원

1967년생으로 부산 사상구에서 3선을 했다. 사학 재단인 동서학원을 운영했던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이 아버지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정치에 입문했지만 2012년 총선에서 불출마했다. 친이계로 2016년 총선 공천에서 떨어졌지만 무소속으로 재선했고, 2020년 총선에서 3선을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을 맡았고, 2023년 전당대회에서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로 김기현 대표 체제 출범을 이끌었다. 친윤 핵심 중 유일하게 4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