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권(민주당), 박천동(국민의힘), 김진영(정의당).

울산 북구는 지난 대선에서 영남 지역 기초 시·군·구 75선거구(개표 단위) 중 유일하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당선인을 이긴 곳이다. 또 국민의힘이 강세를 보이는 영남 지역이지만 그동안 지방선거에서 같은 정당이 연달아 구청장을 배출한 적이 없을 정도로 각 정파가 치열한 각축전을 벌여 온 지역이기도 하다.

28일 각 정당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에선 현 더불어민주당 이동권(64) 울산 북구청장과 국민의힘 박천동(56) 전 울산 북구청장, 정의당 김진영(57) 전 울산시의원이 3파전을 벌인다. 민주당에선 이 청장이 현역 프리미엄을 내세우며 수성에 나섰고, 국힘에선 박 전 구청장이 “고지를 탈환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여기에 이번 울산 선거에서 울산 북구청장과 동구청장 자리에만 후보를 낸 진보 3당(정의당·진보당·노동당)은 “이번에 지면 진보 진영의 존립이 우려된다”며 김 전 시의원을 내세워 필사의 각오로 덤비고 있어 결과가 예측 불허다.

특히 이 구청장과 박 전 구청장은 지난 2018년에 이어 리턴매치를 벌이게 됐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선 이 구청장이 4만6631표(45.55%)를 얻어 당시 재선을 노린 자유한국당 박 전 구청장(3만 3312표·32.54%)을 누르고 민주당 소속 최초의 북구청장으로 당선됐다. 이 구청장은 29일 청장직을 사퇴하고 예비 후보로 등록할 계획이다.

지난 14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이 구청장은 “오랜 공직 생활과 지난 4년간 구정 경험으로 검증된 실천력, 반드시 실적을 내는 유능한 현장 구청장으로 구민들께 다시 한번 감동을 드리겠다”고 밝혔다.

이 구청장에게 맞서 4년 만에 재대결에 나서는 박 전 구청장은 출마 선언에서 “신개념 미래 도시 북구 발전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또 한번 쏟아붓겠다”며 “풍부한 정치 경험을 바탕으로 북구를 신개념 미래 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진보 3당 단일 후보인 김 전 시의원도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지고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김 후보는 “기득권 양당에 대한민국 정치를 맡길 수 없다”며 “주민 곁에서 주민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진보 정치를 선택해 달라”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울산 북구는 3월 말 기준 인구 21만 9000명이 사는 기초 단체로 최근 신혼부부 등 젊은 인구 유입이 늘며 신도시로 부상했다.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과 자동차 협력업체, 중소기업이 많아 진보 성향 유권자가 많은 곳으로 꼽힌다. 지난 대선에선 이재명 후보가 47.20%의 득표율로 윤석열 후보(47.13%)를 0.07%포인트(95표) 차로 이겼다.

비록 1%도 안 되는 간발의 차이지만 영남 지역에서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당선인을 따돌린 곳은 울산 북구가 유일하다. 이재명 후보가 자신의 고향인 경북 안동에서도 29.13%의 득표율을 얻어 윤석열(67.84%) 후보와 큰 격차를 보인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결과다. 당시 북구 선거에선 정의당 등 진보 성향 정당 지지자들이 민주당으로 결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 진보 성향 지지자들이 진보 3당의 통합 후보인 김 전 시의원에게 몰릴 경우 돌풍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게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역대 북구청장 선거 결과를 보면 민선이 시작된 이래 2대 무소속 조승수(42.46%), 3대 민주노동당 이상범(51.77%), 4대 한나라당 강석구(50.23%), 5대 민주노동당 윤종오(56.44%), 6대 새누리당 박천동(44.94%), 7대 더불어민주당 이동권(45.55)으로 같은 정당과 같은 후보가 연달아 당선된 사례가 없다. 북구청장을 연임한 후보도 없다.

지역 전문가들도 북구 유권자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예단하기 어려워한다. 이병철 울산대 행정학과 명예교수는 “북구는 급격한 도시화로 늘어난 젊은 층과 노동자가 많아 진보 성향 정당에 유리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보수 정당으로 정권이 교체된 중앙의 정치 상황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어 예측 불허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